241109
내 안의 유약함에 집어삼켜졌다가,
이내 강하지만 강하지 않은 것들을 생각한다.
그것이 강한 척을 하는 것이든, 혹은 정말 강하더라도.
달, 누구든지 검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반짝이며 빛나는 그것을 발견한다. 흔히들 그 밝은 것을 올려다보며 염원이라든지 소망 같은 것을 마음 속으로 되뇌인다. 달은 늘 그 자리에 있으니, 나는 그것을 강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모든 바람을 전부 빨아들일 만큼. 하지만 그 이면에는 끝없이 고독하고 한없이 차가운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달의 절반 이상은 늘 유약하다. 그럼에도 그것은 밤마다 자신을 드러내고 그 밝은 표면에, 내가 강하다고 표현하는 그곳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쌓아놓는다. 어쩌면 무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 동안 말이다.
엄마, 그녀는 어찌 그리 억센 줄기를 가졌는지, 나는 항상 엄마를 보며 겹겹의 갑옷을 두르고 있는 그 어떤 강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그 촘촘한 철 덩어리들 사이로 흐르는 땀방울을 본 적이 있다. 아, 그것은 그리도 무거웠구나. 그 안에 있는 살은 여전히 무르고 짓눌리고 있었겠구나. 내 안의 유약함을 들여다보고는 보이지 않는 엄마의 멍을 들여다보았다. 이제는 그 무겁고 단단한 것들을 하나씩, 천천히 내려놓았으면. 그리고 아주 가벼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을 몸에 걸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미소를 띤 채 그렇게 내 곁에 있어주기를.
눈사람, 물에 젖어 단단해진 모래성, 기이하게 반짝이는 얼음조각들. 내일도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줄 것만 같이 아주 단단하게 뭉쳐진 눈 덩어리와 혹여나 무너지진 않을까, 물을 섞어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모래성, 그리고 겨울이면 단단한 얼음을 깎고 또 깎아서 만드는, 자칫 아름다워 보이는 얼음으로 만든 조그마한 세상. 그리고 아주 조금의 따뜻함이 녹여버린, 아주 작은 파도 하나가 휩쓸고 가버린, 그리고 새로운 계절의 앞에서 거대한 물웅덩이가 되어버린 그 강해 보이지만 약한 것들.
중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빛나고 어두워지는 것들.
단단해 보여야만 한다고 믿는 것들.
일시적으로 단단해졌을 뿐인 그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