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원형을 잃어버린 것

241224

by 밤박


스펀지 같은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을 전부 담아내는 사람이. 알게 모르게 그 사람은 조금 불편해도, 조금 억울해도, 그리고 조금은 서글퍼도 모든 색깔의 사람들이 내뱉는 말, 그 사람들의 무관심, 그 사람들의 취향을 전부 빨아들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감내할 수 있는 감정의 양이 너무 무거워졌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의 몸 안에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한 웅큼 손에 쥐고 꽈악 짜버린다. 마음의 형태가 전과는 달리 만신창이가 되어 구겨져버리지만 어차피 곧 돌아올 거니까, 얼마나 아픈지도 모르는 채로 그저 구겨버린다.


하지만 자주 짜여진 마음이 언젠가부터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사고파는 게 아니라서 다시 살 수도 없는 노릇인데, 구겨지고 찢어진 그 마음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관성을 잃어갔을까. 주로 듣는, 주로 웃는, 주로 머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마음 안에서 혼자만의 움켜쥠과 팽창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이제는 있는 힘껏 짜내어 뚝뚝 떨어지는 것들을 바라본다. 그것들은 내가 감내한 것들의 찌꺼기일까, 아니면 여과되어져 나온 순수한 것일까. 아마, 온갖 것을 머금었다가 내뿜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저 하수구로 떠내려갈 뿐이겠지. 그 사람이 짜낸 것들 역시 그저 어딘가로 떠내려갈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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