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는
-부러움
인 것 같습니다.
-누구는 어느 기업에 들어갔다던데
-누구는 벌써 결혼해 애 낳았다던데
-누구는 남자 친구가 몇백만 원짜리 해줬다던데
-누구는 어떤 작품 들어갔다던데….
지금도 나이를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이보다 더 어렸을 적엔 아무리 누군가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를 들어도 -나는 나인데?
-나만의 속도가 있는 거지, 뭐.
하며 제 갈길을 가기 바빴습니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명언을,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죠. 어쩌면 오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패배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어리석은 오기였을지도요.
그런데 요즘 들어 자주 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대상은 불특정 다수. 그리고 그 감정엔
-대단함
이라는 칭찬이 동반되고는 하지요.
주로 같은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볼 때, 나보다 나은 처지에 있는 또래들을 볼 때,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부터 얻어지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열등감일지 모르겠지만요.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던,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동경과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부러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승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감정을 느끼고도 쿨하게 내 갈 길 가던 스무 살 내기 패기 넘치던 저는 이제 어디에도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타락한 걸까요. 나 스스로 인생에 패배했음을 인정하기 싫었는지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나는 나의 과거를 후회하고 있었던 것이니까요.
짧은 인생을 살면서 지금까지 꼭 지켜온 단 한 가지가 있다면
-후회하지 말자
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 지나간 일은 후회한다고 한들 되돌릴 수 없는 엎어진 물이었으니까요.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는 행동이 가장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후회한다는 말을 제게 할 때면 저는 늘, 이렇게 답하곤 했습니다.
-나는 후회하는 게 제일 안 좋다고 생각해.
-후회해서 지금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데 얼마 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후회
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자꾸만 뒤돌아보는 것을 '후회'라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후회(後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
후회는 좋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전에 스스로에게 부족했던 점이 있다면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후회함으로써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 그것이 후회였던 것입니다. 물론, 후회만 한다면 기존에 생각했던 바대로 좋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후회의 사전적 정의처럼 그러한 행위를 통해 다시 한번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준다면 후회만큼 좋은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저는 지금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내리막길을 내달려 굴러 떨어졌지만, 다시 한번 힘을 내기 위해
-부러움
-후회
그리고
-동경
이라는 감정이 제 뒤에서 받쳐주고 있는 걸지도요. 그런 생각이 들자 타자 치는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었던 어둠 속의 내 주변이 조금씩 에너지를 되찾고 있었지요.
저는 앞으로 열심히 후회하며 살고자 합니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닦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니까요. 더 열심히 후회합시다. 남들을 부러워합시다. 모두 다 내 미래의 밑거름이 될 테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