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해가 굉장히 쨍하게 내리쬐는 날들이 왔습니다. 비 오기 전이 가장 덥다고, 제주도는 벌써 장마가 시작됐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더운 건 우리가 사는 지역도 곧 장마가 온다는 거겠지요?
비가 오면 걱정되는 일이 참 많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택시를 타고 멀리까지 다녀와야 하는 일, 차를 몰며 영업일을 하는 동생, 그리고 행여 운동신경이 약해진 부모님이 미끄러운 길바닥에 넘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수많은 잔생각들이 들곤 하지요.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는 듯합니다.
저는 여름을 참 좋아합니다. 원래는 따뜻한 봄과 선선한 가을을 사랑했는데, 여름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저 따뜻하거나 시원한 게 아니라 뜨겁잖아! 모 아니면 도인 그 성격이 언제부턴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여름날의 태양과 뜨거운 열기를 즐기곤 하는 듯합니다. 비록 햇빛 알레르기가 생기면서 한 손엔 늘 양산을 쥐고 다녀야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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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름의 아이로 한여름에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몸에 열이 참 많지요. 그래서 그렇게 몸에 좋다는 인삼도 잘 안 맞는 듯합니다. 어릴 땐 땀도 많이 나고, 하얀 피부 탓에 조금만 더워지면 양 볼이 붉어지는 게 참 싫었습니다. 친구들은 겨울에도 땀을 흘리는 나를 보며 늘 놀라워했고요. 그런데 사람이 참 신기합니다. 마음가짐을 달리해 더위를 즐기기 시작하니까 마냥 불쾌하거나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더군요. 그래서 요즘의 일상을 즐기고 있는 듯합니다.
어른들이 가끔 하시는 말씀에는 비 오기 전이라 온몸이 쑤신다고들 합니다. 엄마가 그 말씀을 하시고 나면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곤 하더군요. 그 말의 뜻을 어릴 땐 잘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되는 나이가 됐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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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저를 보러 동네에 놀러 왔을 때, 호숫가 돌계단을 걷다가 발목을 다친 적이 있었지요. 그때 저도 참 미련했습니다. 얼른 도움을 받고 다친 발목을 챙겼어야 하는데 괜찮다며 아픔을 이겨내려고 했으니 말이지요. 병원을 다니긴 했지만, 제대로 쉬지 못해서인지 비가 오기 전이면 항상 오른쪽 발목이 쑤시곤 합니다. 고질병이 된 거지요. 참 속상한 일이지만 받아들이고, 열심히 운동하며 잘 이겨내려 합니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비가 내리면 사람들이 센티해지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온도와 습도가 전체적으로 내려가면서 그렇다고 하는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땐 나 역시 내리는 비를 보면 괜스레 울적해지곤 했는데 지금은 그저 외치기 바쁘지요.
-비 오는 날 집에서 쉬는 사람이 꿀이다!
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직업 특성상 평일에 휴무를 가져가는 날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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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그랬습니다. 저는 위로 언니가 있고, 밑으로 남동생이 있는 삼 남매인데 우리들은 참 많이 안 닮았거든요. 아니, 유독 제가 많이 달랐습니다. 외모도, 성격도, 취향도 말이지요. 언니와 남동생은 비 오는 날을 좋아했는데 조 비 오는 날이 너무 싫더군요. 몸이 끈적해지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되려 더 더위가 느껴졌으니까요. 그래서 비를 좋아하는 언니와 남동생을 이해하지 못했지, 뭐예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적당히 와주는 건 환영이지요.
너무 더울 때면 가끔 빨리 추위가 찾아오길, 하는 바람이 들기도 하는데 어쩐지 요새는 더위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비록 단 한 가지, 그이도 더위를 많이 탄다는 사실이 다소 슬픕니다. 추우면 사람의 온기를 받으려 꼭 붙어있게 되지만, 더우면 손조차 잡지 않게 되니까요. 유독 손에 땀이 많은 그이의 모습조차 제 눈엔 예쁜데 말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땀은 금방 마르니까요. 더군다나 휴대용 에어컨까지 나온 시대를 살고 있으니 더욱 편리하지 않나요?
제가 언젠가 한 번 몰디브에 가고 싶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몰디브에는 극심한 우기가 있다지요. 가게 된다면 꼭 그 우기를 피해서 가야겠지만, 그럴 수 없다 해도 좋습니다. 저희는 항상 운이 따라주니까요. 마치 '운이 좋은 아이'라는 제 이름처럼 말입니다. 아마 우리가 몰디브에 도착하게 된다면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맑게 개인 하늘과 높이 떠있는 구름이 맞이해 줄 테지요.
오늘은 편지를 이르게 써봅니다. 편안하고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