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취업 일지
장장 7개월 동안 인턴쉽이 이어졌다. 첫 번째 인턴쉽을 하는 와중에도 인터뷰는 계속 들어왔고, 나는 마다하지 않고 들어오는 족족 인터뷰를 봤다. 그렇게 이 인턴쉽 한 달 차에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글로벌 컴퍼니에서도 풀타임 인턴쉽 오퍼가 들어왔다. 이 곳은 들어가기 힘든 만큼 보상이 확실해서, 인턴이었지만 웬만한 사회초년생 정규직 월급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 게다가 정말 운이 좋았던 점은, 첫번째 회사와 두번째 회사가 시차 덕분에 일하는 시간이 겹치지 않았고, 본인은 그 중간지점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수월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덕에 모든 것이 재택근무였으니, 양측에 동의를 구하고 나는 투잡을 뛰었다.
9개월이 좀 넘게 인턴쉽을 했었고, 그 안에 프리랜서 일까지 들어와서 나는 중간에 총 3개의 잡을 가졌었다. 잡 마켓에 뛰어들었을 초기에는 정말 우울했었는데, 이 시국에 여기저기에서 나를 알아주시고 찾아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시간이 지나 잡들을 차례차례 마무리하고, 글로벌 컴퍼니에서는 장기 컨트랙 포지션 제안도 받았지만 컨트랙을 관리하는 third party 가 외국인을 고용하지 않는 회사였기 때문에 무산되었다.
2020년은 이렇게 바쁘게 지나가고, 모든 일들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오랜만에 찾은 자유가 좋았다. 한 달 정도는 여유로움을 즐기고, 나는 또다시 잡 마켓에 뛰어들었다 (그래야만 했다).
다시 시작된 잡 서치와 수많은 인터뷰들...
여전히 외국인인 신분 때문에 미국 회사에서 잡을 잡는 것은 어려웠다. 나의 목표는 괜찮은 연봉과 규모가 있는 회사들이었는데, 그렇게 인터뷰들을 보고 마지막 문턱까지 가서도 신분 때문에 엎어지기가 일쑤였다. 이쯤 되니 내가 미국인이었다면 난 정말 날아다녔겠구나 싶었다. 정말 기운 빠졌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그냥 계속 길을 찾을 때까지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유학생으로써 초기 1-2년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하루하루 불안했으며, 우울은 마음 한구석에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유학생들이라면 공감하겠지. 타국에서 생존을 위해 경쟁하고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웬만한 멘탈 가지고서는 정말 힘들다 (무늬만 유학인 것 제외).
그렇게 간간히 프리랜서로 일하며 잡서칭을 한지 2개월 반쯤, 내가 사는곳 근처의 규모 있고 괜찮은 미국 회사에서 그나마 내가 두번째 인턴쉽때 받았던 금액과 비슷한 금액으로 정규직 오퍼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