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은 화음이 되어

나와 당신의 소리는 어떤 형태가 될까요

by 김산영

세상은 우리가 다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말인즉슨,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물음이 있을 때 정답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한없이 정답만을 외치는 획일화된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물론, 어떤 때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아, 더욱 헤매이게 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내가 내놓을 대답이 옳은 것인지. 이 대답이 틀린 것은 아닐지 조마조마하게 되고 답답한 마음. 그러나 그런 답답함으로 규격화된 세상을 택한다면, 그 세상이야말로 우리에게 무채색을 옴팡 씌워서는 단조롭고 의미불명의 삶만을 살게 만들지는 않을까. 아주 텁텁하고 미지근한 세상으로 말이다.



그러니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에 기대되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서술형 문제의 세상. 각자가 좋아하는 것부터 싫어하는 것. A부터 Z까지의 알파벳에서 저마다 연상하는 단어.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각자가 달리 느끼는 감상까지. 저마다 내놓을 가지각색의 대답이 기대되지 않는가.



이렇게 내놓은 답들은 저마다의 연주가 된다. 우리의 서술은 화음이 되어 연주가 된다. 가끔은 이 연주가 격렬해져 불협화음이 되어 귀를 찌르는 소음이 되는 순간이 되어도, 그마저도 악장의 일부가 되는 것. 나는 당신의 연주를 기대하고, 나의 연주를 당신이 기대해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질문이란 오선지가 빽빽이 새겨진 세상

그러나 오선지 속 몸을 누운 음표란 부재한다

공백만이 존재하는 오선지를 연주하는 몫은 오롯이 내 몫

난 숨이 막힐 듯 펼쳐진 광야와 같은 세상을 걷습니다


걸음 하나, 짧고 뚱한 음을 낸다

걸음 하나, 보다 살찌운 쨍한 음을 낸다

걸음 하나, 얄팍하지만 오롯한 음이 길게 이어진다


걸음에 겹쳐지는 다른 걸음


걸음 둘, 강렬하고 날카로운 음을 낸다

걸음 둘, 몸을 낮춘 엷은 음을 낸다

걸음 둘, 당당하지만 흐릿한 음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걸음이 무수히 쏟아져 뒤엉키는 세상

우리는 숨이 가쁜 강렬한 악장이 된 연주를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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