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안아줄 수 없다면

죽음이 낯 선 아이

by 밤돌

유치원을 다녀온 아들은 숨이 멎은 것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엄마에게 안아 달라고 갔다가, 뜻 밖의 한 마디를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파서 안아줄 수 없다는 말. 처음 겪는 일에 아들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 죽는 거야?"

"아니야. 죽는 병 아니야~. 속이 안 좋아서 그래."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들은 심각했다. 늘 안아달라고 말하고, 특히 유치원을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엄마 품에 안겨야 하는 아들이다. 엄마가 안아줄 수 없다고 하니 힘이 쭉 빠졌던 모양이다. 아들은 아픈 엄마를 바라보다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바로 뒤에 있던 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나서서 안아 주었지만 아들은 시큰둥했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슬픈 표정으로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엄마 죽으면 어떡해? 엄마 없어져도 괜찮아? 아빠랑 둘이 살면 될까?"

"안돼. 엄마 없으면 안 돼."

"근데 엄마가 죽을 수 있잖아. 그러면 어떡해?"

"안돼. 엄마 죽어?"

"아니 지금 죽는다는 게 아니라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엄마가 나중에 아파서 죽으면, 다른 엄마가 있으면 어때? 아주 잘해주고 사랑해 주는 다른 엄마 말이야?"

"다른 엄마?"

"응. 마음에 쏙 드는 다른 엄마. 그럼 괜찮을 것 같아?"

"응."


아들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나와 아내는 빵 터졌다. 누군가의 죽음을, 특히나 가장 소중한 엄마의 상실을 가늠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 길을 가다가 본 죽은 벌레가 아들이 경험한 죽음의 대부분이었다. 2년간 기른 사슴벌레가 죽은 일이 있었지만, 감정 교류가 되지 않았던 탓인지 아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사슴벌레를 한참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어릴적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거의 매주 찾아뵙던 할아버지였는데 슬펐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평소 볼 수 없었던 어른들의 슬픈 얼굴과 부모님이 나를 챙겨주지 못해서 힘들어 한 기억만 남아 있다.


문득, 그 때 어쩔 줄 몰라 겉돌던 내 모습이 지금 아들에게서 겹쳐 보였다. 아들도 그 때의 나처럼, 죽음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그래도 엄마가 아프다는 건, 아들에게 낯설고 불안한 일이었다. 아들도 평소와 달리 방바닥을 빙글빙글 돌며, 아픈 엄마를 슬쩍 슬쩍 살폈다. 엄마는 여전히 말 없이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했다. 다시 한번 아들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다른 엄마 찾으러 가자!"

"아직 엄마 안 죽었잖아~."


아들은 조급한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또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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