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동질감
"안돼! 또 자를 생각하지 마."
"맞아!"
손톱깎이를 꺼냈을 뿐인데 아내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아들도 엄마의 심각한 표정을 어설프게 따라 하며 동조했다. 아들은 충직한 신하처럼 한 마디 덧붙였다.
"저번에 아빠가 손톱 날카롭게 깎아서 아팠어."
"아냐~! 그랬던가? 이번엔 둥글게 자를게."
아내는 의심하는 눈을 거두지 않았고 나는 계속하여 믿어달라는 눈빛으로 손톱을 깎을 준비를 했다. 아내는 외출 준비로 바쁜 가운데 한 마디 덧붙이며 자리를 떴다.
"흰 부분 남겨야 해. 안 잘라도 될 텐데?"
"알겠어~. 한 번 보고 자를 부분만 자를게."
곧 아내가 사라졌고 나는 아들의 손톱을 다듬었다. 아들은 엄마가 사라지니 손톱을 자르든 말든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마음 같아선 바짝 잘라서 흰 부분이 없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아내와 충돌하기 싫었다. 그래서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손톱을 깎았다.
아들은 어린이답게 손톱 틈이 자주 더럽다. 흙이나 크레파스 등을 묻혀 오는데, 별 것 아니지만 괜히 신경 쓰인다. 그리고 손톱이 길면 가끔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바짝 잘라주었는데, 아내는 바짝 자르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내나 다른 여성들은 손톱을 예쁘게 기르는 경우가 있으니 좀 더 손톱 길이에 관대하지만, 나는 일주일만 지나도 손톱이 거슬릴 때가 많다.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우리 친척들도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누군가 손톱 길이와 성격의 상관관계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하필 할아버지 제삿날에 떠오른 것이다. 두 손을 조아려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고개를 슬쩍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사촌 형이나 큰아버지들은 죄다 나처럼 손톱에 흰 부분이 없었다. 남자들은 대부분 손톱을 짧게 자르지만, 하필 그날 목격한 모습에 기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손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끔, 검은 정장들 틈 사이에 흰 부분 하나 없이 가지런한 손톱을 떠올린다.
아들은 어떤 스타일일까. 짧은 손톱으로 손가락이 키보드에 닿는 감각을 선호할까, 손톱이 긴 엄마처럼 손톱을 기르고 싶어 할까. 초등학교 입학할 때쯤이면 스스로 자르려고 할 것이다. 나는 내심 그때를 기대하고 있다. 아빠를 이은 혈족의 증표처럼 '말끔히 잘려 흰 부분 하나 없는 손톱'을 보여주길 말이다.
아들의 손톱을 다 자르고 발톱으로 넘어가려는데, 아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 아빠가 여기 흰 부분 없게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