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으로 적어보는..

<채식주의자>를 읽고

by 밤개



<채식주의자>는 '고통3부작'이라고도 불린다. 고통을 다뤄서 그런지 읽을수록 느껴지는 충격이 상당했다. 첫 작품인 '채식주의자'를 읽을 때에도 충격이었지만,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갈수록 충격은 커져갔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끝없이 우울하고 절망적이었으며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이어졌다.

읽는 내내 묘한 찝찝함이 느껴졌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육식에 대해, '몽고반점'에서는 예술과 도의에 대해, '나무 불꽃'에서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불쾌한 지점을 꼬집었다.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첫번째 소설 '채식주의자'의 꿈 이야기들은 평소 고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묘한 불쾌감과 끔찍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죽은 동물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마치, 그 순간만큼은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들었다. 고기를 먹는 행위가 역겹게 느껴졌고, 음식으로서의 고기가 아닌 살아있는 동물의 사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책을 덮고 나면 다시 원래 마음으로 돌아왔다. 고기도 잘 먹고, 고기가 떠오르고, 고기가 너무 맛있는,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얼마나 단순하고 나약하고 간사한 존재인지를 느꼈다. 나라는 존재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고기를 잘 먹고 있지만, 때때로 그 꿈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런 생각이 쌓이다 보면 고기 먹는 횟수가 줄어드는 날도 올까?



'몽고반점'에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이어졌지만, 왜인지 그것이 외설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경악스러운 상황인데, 작품에서 담담하게 설명을 해서인지, 영혜의 형부의 생각을 세세하게 알게 되어서인지 뭔가 그 상황이 정말 예술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 장면을 예술로 받아들이게 되는 내 자신이 싫었다. 분명히 거북한 장면인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인혜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나서, 그제서야 나도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사람이 누구의 관점에서 이 상황을 보는지에 따라 이렇게까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게 놀랍고 무서웠다. 그리고 역겨웠다. 이 상황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역겨웠다.



책을 읽은 후,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무엇일지 생각했다. 인간은 옷을 입고, 대체로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에 한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다른 동식물을 먹으며 살아간다. 주로 조리가 된 음식을 머긍며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하여 생존에 필요한 양 이상으로 먹는다. 반면에 동물들은 (자의로) 옷을 입지 않고, 번식을 위해 성행위를 하며, 생존에 필요한 음식을 먹는다. 식물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존재 자체로 살아 숨쉬며, 물과 햇빛만으로 살아간다. 그 어떤 죽임도 하지 않은 채.

필요 이상을 섭취하며, 그 과정 속에 희생된 생명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필요 이상으로 생산되고 있는 현재, 수없이 많은 음식들은 만들어지고 버려진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러한 자원의 낭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영혜가 그 낭비의 대가를 치르는 인물처럼 보였다. 그녀가 마지막 작품인 '나무 불꽃'에 이르렀을 때, 채식을 넘어서서 식물 그 자체가 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어떠한 죽임도, 물리적인 '먹는 행위'도 하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어했다. 현실적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소설 속 의료진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의 상태를 내가 이해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소설 속 인물이기 때문인지, 그녀의 마음보다는 주변인들의 마음을 더 잘 알아서인지, 자꾸만 그녀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녀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너무 듣고 싶어졌다. 끝내 듣지는 못했지만.. 과연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채식주의자>는 한강 작가님의 책 중 내가 읽은 첫번째 책이다. 사실 '재밌다'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하나씩 읽어나갈텐데 또 어떤 충격과 혼돈과 고통을 전해주실지..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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