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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글 Feb 14. 2022

다시, 쓰고 싶은 마음

쓴다는 건 용기를 낸다는 것

무엇이든 써보라는데, 쓰기 시작하면 달라진다는데. 어느 순간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음 가는 대로 쓰자 싶다가도 부담감 때문에 한 글자도 못쓰는 그런 안타까운 일. 여느 예술가에게나 펼쳐질 만한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도 벌어졌다. 아무도 부추기지 않았는데 나 혼자 부담감만 잔뜩 끌어안고, 납작하게 접힌 노트북을 노려보다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음 이야기는 무엇에 대해 써야 할까? 쓴다면 내 어디까지를 보여줘야 할까. 이 공간이 별 의미 없는 일기장 같지도, 너무 딱딱한 업무일지 같지도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뭐부터 써야 하나 싶었다. 자유시간마저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회사 밖에서의 나를 지금부터 조금씩 키워야겠다 싶기도 했다. (사실 다 핑계다. 게을러서다.)



그렇게 게으른 고민만 하다 반년이 지났다. 


그런 중에도 '써보자'라는 생각이 조금 더 크게 드는 날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는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로 단어 몇 개를 보낸다. 나에게 보내 놓은 장보기 목록과 유용한 유튜브 영상들 사이에 글감을 뜨문뜨문 비축해둔다. 언젠가 빛볼 날이 올 거야, 하면서. 


조금 더 기운이 있는 날에는 메모장을 켠다. 말할 곳 없는 고민들과 별 의미 없는 생각들을 대나무 숲에 쏟아내듯 적어둔다. 조만간 잘 다듬어서 이곳에도 데려와야지.



그것보다 조금 더 기운이 올라온 날, 잠도 안 오고 그렇다고 눕기도 자기도 뭘 보기도 아까운 날.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날. (그렇다, 그런 날에는 바로 브런치다!) 그런 날이 반년만에 찾아왔다. 반갑고 어딘가 어색한 마음으로 브런치를 켰다. 서먹해진 친구를 오랜만에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는 글을 겨우 썼다. 누군가도 공감하면서 읽겠지, 우연히 이곳에 와서 같은 생각을 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용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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