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시고... 설날엔 정신 차리고 있는 것도 힘들어서 생각을 못 했는데...
추석이 다가오니,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배고프게 돌아가셨을 아빠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났다.
납골당이 추석 연휴 기간 문을 닫아서
연휴 하루 전 내려가기로 하고
밤에 짐을 꾸리다가 문득. 아빠 생각에 음식을 좀 해갈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크리스천인데... 제사를 지내는 것도 아닌데, 음식을 해 가도 될까?
제사 아니고. 명절 음식! 아빠 생각에 만드는 명절 음식!
가져가서 가족들이 아빠 생각하며 나눠 먹을 명절 음식이니까. 괜찮다.
급하게 밤 열시가 다 되어 장을 보고,
새벽 5시까지 밤을 꼴딱 지새우며 재료를 다듬고 없는 솜씨 다 꺼내어
아빠 생각을 하며 음식을 만들었다.
전 몇 가지와 나물 몇 가지를 했다.
생각해 보니, 아빠가 어떤 명절 음식을 잘 드셨는지를 모르겠다.
우리 아빠는, 그저 뭐든 감사하게 잘 드셨던 분이라 그런 것 같다.
음식을 하고, 치우고, 씻고 나니 6시...
늦잠 자는 법이 없는 두 남자가, 6시에 기상했다.
나는 한숨도 못 자고 엄마 집으로 출발했다.
살아 계실 때 효도했어야 하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생각하니 내려가는 차 안에서
아빠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엄마와 언니, 형부를 태우고 아빠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
여름을 지나며 수풀이 우거져 가는 길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빠는 거기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반겨 주셨다.
미니 테이블이라도 가지고 가서 차려 놓을걸....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양손에 저 음식이 담긴 통을 들고....
아빠 잡숴봐요~~~~ 애교를 부리며 서 있었는데...
아빠는... 응답이 없다.
하늘나라에서, 천국에서.
아빠는 이 음식을 맛보러 오실 수 없을 텐데.
알면서도. 그냥.
추석에 납골당을 찾는 다른 사람들 가족은 제사도 지내주고,
음식을 차려놓기도 하던데...
배고프게 돌아가신 우리 아빠 서운할까 봐.
그냥 빈손으로 가기 내가 서운해서.
조금씩 차려간 추석 음식들을 맞은편 소파에 펼쳐놓고,
엄마랑, 언니랑, 나랑 앉아 하염없이 아빠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가 없는 추석이
정말 휑~ 했다.
닥치는 대로 먹고 배를 가득 채워도.
속이 텅텅 빈 것 같고. 허전했다.
"언제까지 아빠의 모습이 생생할까?"
나의 물음에 엄마가 말했다.
"아마 평생..."
시댁에서 친정으로 넘어올 때면,
대문 앞에 나와서 늘 반겨주던 아빠가 없고,
쥐포 튀김을 맛나게 해 주던 아빠가 없어,
옥상 어딘가에서 운동을 하고 내려올 아빠도 없고,
밥 먹고 나서 코를 찡긋 거리며 커피를 타 달라고 하던 아빠도 없어서
너무너무 허전했던 추석을 보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아빠의 생신이다.
내 생일 4일 뒤면 아빠 생신이라, 잊어버릴 수도 없는.
코로나 확진자가 우리 집을 다녀가서,
아빠 살아생전 마지막 생신날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를 못했더랬다.
그게 내내 마음에 남아있다.
아빠 생신날, 또 아빠 보러 내려가야지...
아빠가 없는데도, 너무나 잘 먹고, 잘 사는 내가
참 철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빠가 원하는 게
이렇게 잘 사는 거란 걸 아니까.
나는 더 열심히 먹고, 웃고, 행복해져야겠다.
아빠.
참. 정말. 너무. 진짜. 많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