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토퍼가 비싼 이유를 알았다.
한번 해 보실래요? 일이 어렵진 않은데, 생각보다 힘들고 돈은 안 돼요.
파티용품 제작 업체에서 일하는, 아는 동네 엄마가 한창 바쁜 계절이라며 알바를 제안했다.
무슨 무슨 날이 있는 달에는 바빠서 일손이 부족하단다.
그가 일하는 업체는 토퍼를 주로 제작하는 곳이었다. 글귀를 제단 해 주면 본드로 색깔 종이를 해당하는 곳에 붙이고, 최종 막대를 붙여주면 되는 단순 알바였다.
그는 이곳에 오전에 가서 오후에 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었다. 하루종일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잠깐의 알바도 못할까 싶어 나는 큰 고민하지 않고 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힘들고 돈이 안된다’ 던 그의 말을 나는 호기 좋게 일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인형 눈알 붙이기에 버금가는 이 일을 소개하자면, 우선 제단이 되어 있는 글귀가 불량이 없는지 확인한 후 문구를 뒤로 놓고, 거기에 색깔 종이를 붙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색깔 종이를 붙이는 게 자리 딱 맞추어 붙여야 하고, 본드를 너무 많이 짜내거나 하면 글자 사이로 새어 나와 불량이 되는 것이다. 하트모양에 분홍색을, 꽃 모양에는 주황색과 빨간색을 각각 붙여야 한다. 그런데 그 색깔 종이 조각이 생각보다 붙이기 까다롭고 종류가 많았다. 마지막으론 투명한 아크릴 막대를 글자 사이에 붙여 주면 되는 것이다.
확인한다, 붙인다. 이 두 가지 단계의 단순한 작업이지만 꼼꼼하게 붙이지 않으면 불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작업속도는 너무 더뎠다. 개당 몇 십원이었나 몇 백 원이었나.
여하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시간에 열 개도 못했다. 서너 시간을 꼬박 초 집중해 넘겨받은 일을 다 해내긴 했지만, 개수로 따져보면 만 원밖에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시간당 삼 천 원 알바도 안 되는 셈이다.
게다가 서너 시간을 고개를 계속 숙인 채 일했더니 어깨며 목이며 결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찌푸등한 허리를 꼬부랑 할머니처럼 곧게 펴지 못하고 나오는 나를 남편이 빤히 바라보더니 실실 웃기 시작했다.
아구 힘들다~ 고급 인력이 이렇게 인형 눈알이나 붙여서 되겠냐?
야, 당장 집어치워!라는 말을 기대하며 앓는 척했던 건데, 남편은 그저 웃으며 거울 한번 보라고 했다.
거울 속엔 시커머스가 한 명 들어가 있었다.
문구 종이가 검은색이었는데, 염료 때문인지 손이 시컴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손으로 얼굴을 만졌었나 보다.
나도 어이가 없어 실실 웃음이 났다.
거울 속 시커머스가 웃겨서 그런 건지, 만원 벌자고 서~너 시간을 일한게 어이가 없어선지.
다음날 몸이 너무 찌푸등 하고 어깨와 근육통이 몰려왔다. 손가락은 구부릴 수 조차 없었다. 하마터면 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갈 뻔했다.
아르바이트비를 생각하면 도저히 병원엘 갈 수가 없어서 집에 있던 맨소래담으로 대체 한 눈물겨운 사연은 뒤로 하고, 그래도 단돈 만원이라도 입금이 되니 좋긴 하더라.
더 갖다 드릴까요?
너무 꼼꼼하게 잘했다며 일을 더 주려는 동생에게, 허리가 아파서 못 할 것 같다고 둘러대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하여 나의 눈알 붙이기에 버금가는 토퍼 붙이기 알바는 하루 만에 끝이 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손으로 뭔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의 성격에는 잘 맞았던 나름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었던 일이었지만, 정말 ‘생각보다 힘들고 돈이 안 되는’ 일이었다.
남의 돈 버는 일은 쉬운 일이란 게 없다.
또 하나의 교훈을 몸으로 체득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