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대형마트 사원 채용 공고에도 지원해 봤습니다.
일을 시작해도 되겠다. 생각이 든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자 초조해졌다.
나는 온갖 일자리를 뒤지기 시작했지만, 쓸만한 자격증도 없거니와, 경력을 살리지 않는 한 마땅히 지원할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급기야 마트 일자리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아줌마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정 안되면 마트 캐셔라도 서야지 뭐.
생각해 보면 그거 참 콧대 높은 소리다. 마트 캐셔는 뭐 아무나 시켜준다나?
여기 멋도 모르고 콧대 높게 마트에 지원했다가 똑 떨어진 사람이 있다.
어쩌다 대형마트 사원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같은 마트인데 한 지점에는 경력직을 다른 지점에서는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그래서? 호기롭게 둘 다 지원해 봤다.
우선 경력직을 말할 것 같으면, 모집 분야 중에 회원관리 쪽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취재하고, 인터뷰이 스케줄을 관리하고 스튜디오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 다 고객관리 아니던가. 그리하여 마트에서 일해본 경력은 없지만, 사회에서 일한 경력에서 대면일을 많이 했다는 점을 어필해 막무가내로 경력직에 지원해 본 것이다.
신입사원 쪽은 지원할 때는 조금 더 고민이 되었다. 계산 쪽과 여러 가지 업무들 중 딱히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 쪽에서 나중에 담당 파트를 정해주는 시스템이었다. 혹시 마트 일자리에 대학교 졸업 사항은 기재하지 않는 게 좋을까? 작가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작가는 몸 쓰는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경력을 다 비워두기에는 너무 한량으로 보이지 않을까? 마트 직원이 되어보겠다고 지원을 하면서도 수만 가지 고민이 들더라.
나는 성의껏 지원서를 작성하고 발송을 마쳤다.
어쩌다 나는 이렇게 마트 직원이 되기로까지 결심하였을까. 한편으론 비통한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론 이거라도 되면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연락이 없어 잊고 있었다. 다른 일자리를 검색하고~ 브런치 글쓰기를 하고~ 그렇게 보내던 어느 날, 생각해 보니 결과가 나도 한참 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랜만에 메일을 열어 보았다. 먼저 경력직 사원에 지원했던 곳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와 있었다.
와, 이런 거절은 처음이다. 너무 친절하고 따뜻해 하마터면 감동할 뻔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하진 못했지만, 성의 있어 보이는 거절 덕분에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경력직에 쓸데없는 경력 들이민 내 잘못이지.
그렇게 정중한 거절의 편지를 받고 감동이 사라지려 할 때 즈음, 신입사원으로 지원했던 곳에서도 답장이 왔다. 하, 이 회사는 인사 담당자 교육을 일괄로 시키나 보다. 거절의 방법도 비슷했다. 그리고 역시 감동은 첫 번째만 못하더라.
씁쓸함이 몰려왔다. 어쨌거나 만만히 본 내 잘못이다. 경단녀에게는 그러니까 마트 계산대 직원도 쉽지 않은 일이었던 거지. 마트캐셔라도~라는 말은 하지도 말지어다. 세상에 만만한 일은 없다.
비록 취업은 하지 못했지만, 마트 캐셔라도에 '라도'도 못 되는 나는 '거절의 방식'에 대한 깨달음 하나를 얻고, 조금 더 겸손해지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겸손해질 것도 없다. 어떡하지? 무너진 내 자존감을 어떻게 끓어 올릴 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