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관상어 관리사 자격증? 그건 따서 뭣하게?
하다 하다 별거에 다 관심을 가진다.
취업정보와 교육정보를 서치하고 있던 어느 날 내 눈에 번쩍 뜨인 공고 하나. 관상어전문가양성과정.
물고기 키우는데도 자격증이 필요한가? 싶었다. 호기심에 검색을 좀 해보니, 시에서 주력하는 사업과 연계하여 관상어 전문가를 키우고, 취업과 연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관상어 전문가는 아직 국가공인자격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국가자격증이 될 가능성이 있고,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관상어 산업 또한 육성이 되어 향후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집에서 작은 어항에 구피를 키우고 있다. 별다른 관리 없이 그저 수생식물 하나 꽂아놓은 화분 모양의 유리병에 서너 마리의 구피를 키우고 있었는데, 유별나게 키우지 않아서 그런지 우리 집 물고기들은 생명력이 유난히 강했다.
소독제가 날아가지도 않았을 수돗물을 바로 받아 부어도 끄떡없고, 일주일씩 먹이를 제때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추운지 더운지 관심 갖지 않아도, 한 두 달 어항을 청소하지 않아도 강하게 키우면 강하게 큰 다를 증명하듯 우리 집 구피들은 극강의 생존율을 자랑했다. 그러니 다른 관상어 키우기도 이쯤 쉬울 줄 알았지.
무엇보다 교육비가 들지 않는다는 게 맘에 들었다. 일전에 사회복지사도, 보육교사도 교육비가 비싸서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전망도 있는 데다 무료 교육이라니.
나는 잠시, 물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싫다. 하지만,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닌 것은 맘에 들었다.
그즈음 tv에서도 관상어는 핫템이었다. 나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관상어 카페를 가거나, 집에서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며 물 멍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물 멍하며 돈도 벌면 참 좋겠다. 단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그거 배워 뭐 할래?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관련 과정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 것인지 궁금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썩 구체적인 답변은 들을 수 없었지만, 담당자는 통화 끝에 이런 말을 했다.
신청자가 많아서 면접을 보고 진행할 것 같아요.
엥? 물고기 판매자가 되는 교육을 듣는데도 면접이 필요하다고? 이게 그렇게 인기야? 생각하니 신청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나는 뒷집 동생을 설득해 함께 신청서를 접수했다.
관상어자격증양성과정 수강생이 되기 위한 면접을 보던 날, 면접은 면접인데 어떤 차림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됐다. 정장은 좀 오버 같고, 면접은 면접이니 티셔츠 차림은 좀 그렇고. 동생과 나는 각자 나름의 면접 복장을 하고 만났다.
올~ 신경 좀 썼는데.
어? 그냥 아들 셔츠 입은 건데?
엥~누가 뭐래도 면접 복장이야.
우린 수강생이 되기 위한 면접을 보기 위해 차려입은 서로가 쑥스러워 너스레를 떨었다.
면접 장소에는 30분 간격으로 다섯 명씩 배정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 동생과 나는 함께 면접장으로 안내되어 어색한 공기를 서로에 의지할 수 있었고.
강의를 듣기 위한 면접이라니... 난생 처음이었다.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었다.
면접관들은 돌아가며 물고기를 키우고 있냐는 질문과, 왜 이걸 하고 싶은지 등을 물어봤다.
이왕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성격인 나는, 성실히 답변에 응했다.
다른 면접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이렇게까지 비장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답하더라.
내 차례가 지나가고 이어 다른 사람들이 답변을 할 때, 찬찬히 지켜보면서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진지할 일인가 싶었다.
어색한 면접을 끝내고 면접장을 나오면서 같이 면접을 봤던,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분이, “난 안될 것 같아요.”라고 했다. 다들 너무 준비를 많이 해 왔다는 것이다. 아닌데, 아무것도 준비해 온 게 없는데... 그저 순발력에 의지하여 답변했을 뿐인데.
어쨌거나 최선을 다한 면접의 결과는 합격. 그런데, 높은 인기를 실감하듯 뒷집 동생은 그만 똑, 탈락하고 말았다.
이런 면접에서 조차 떨어지고 말았다고 자존감이 바닥이 되어버린 동생의 이야기는 둘째 치고, 막상 합격을 하고 보니 이걸 정말 배워~ 말아~ 고민이 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충 보고 지원한 터라 교육 시간이 이렇게나 길 줄 몰랐다. 한 달쯤 된다 싶었는데, 매일 4시간씩 7주간 교육받는 것이었다.
우리 동네는 교통편이 좋지 않고, 때문에 시간에 맞춰 교육장소로 가려면 점심시간 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고,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 저녁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무리를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까지 해서 취득할만한 자격증일지 모르겠는 거다.
합격했는데 그냥 들어!
동생이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며 등을 떠밀었다. 모르겠다. 동생과 함께라면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혼자서 수강을 하러 그것도 멀리 버스를 타고 돌아 돌아가려니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할까 말까, 아마도 수업을 시작하는 날 전까지 고민했던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당장 뭔가 시작하는 것도 없는데 이거라도 들어보자.
나는 수업당일 싫다고 발버둥 치는 몸을 겨우 겨우 이끌고 느지막하게 교육장에 도착했다. 늦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젤 늦었다. 아마도 다들 기대를 안고 교육장에 왔나 보다. 마흔 명쯤 되어 보이는 인원들 틈에 딱 하나 남은 자리에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 앉았다. 하필 젤 앞자리다.
마음한구석에 아줌마가 되면서 접혀 있던 소심함이 꾸물 꾸물 기어 나와 어색한 공기에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앞만 보며 4시간이 흘렀다.
물멍이 하고 싶고, 물멍 하면서 돈도 벌면 좋겠다.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수업.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속이 상해 울었다. 경단녀의 재취업의 길은 이렇게 멀고도 비참한 것인가. 이런 과정들을 다 이겨내야 취업을 할 수 있는가 말이다. 괜히 내가 엄한길을 기웃거리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수업 분위기에, 새로운 사람들에 적응하느라 한껏 소심했던 마음속에 휘몰아치며 나를 어지럽게 했다.
내일도 계속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