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콩 Nov 06. 2023

억울한 건 누구일까?

첫 자동차 사고 접수,  어쩔 수 없는 건가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이 유난히 찌푸등했다.

마침 우박과 강풍이 예고 돼 있었고, 날은 한없이 꿀꿀했다. 


차를 가져가도 될까?


초보운전을 아직 탈피하지 못한 나는 망설였다. 처음 경험해 볼 빗길이었다.


비 오는 날도 경험 해 봐야지.


나는 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아들 손바닥에 난 수포를 치료 해 주느라 버스 시간은 지나도 한참 지난 터였다. 


미등을 켜고 평소보다 천천히 움직였다. 

와이퍼도 처음이었다. 하늘의 먹구름은 제대로 이상한 나라였고, 마음도 한결 무거웠다.

금방이라도 뭔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회사로 운전해 가는 동안 고민이 되었다.


회사 건물에는 주차를 할 수 없어, 나는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아파트 주차장 쪽에 회사측의 도움으로 주차를 한다. 그러다 최근 새끈한 정보를 입수 했는데, 바로 회사 맞은편 신축 건물이 아직 주차료를 받지 않아 주차가 가능하다는 정보였다. 비도 바람도 거세질 것 같고, 출근 시간도 조금 늦었으므로 나는 처음으로 그 건물 주차장에 주차를 해 보기로 했다. 


내려간 건물 주차장은 생각보다 좁았다.

지하 일층에 한 곳 빈 자리가 있었지만 살짝 에매한 곳이었다. 이층으로 내려가려고 하다가, 나갈 때는 또 편한 자리라 그냥 거기에 주차 하기로 했다. 


안쪽에서 턴을 해 나와서 T자 주차를 하게 되었는데, 후진을 하려고 할 때 앞쪽에서 흰색 차량 하나가 주차장으로 내려 왔다. 얼른 자리를 내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후진을 하는데, 그만 하, 

주차 되어 있던 차와 살짝 접촉을 하고 말았다. 천천히 후진을 하던 중이었고, 접촉한 느낌은 있었지만 세게 박은 것이 아니어서 일단 주차를 완료하고, 가서 확인 해 봤다.


아뿔사! 외제차다.


그래서 더 자세히 살펴봤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다행히 잔 기스하나 남지 않았다. 내차도 그 차도.

그래도 부딪힌 느낌은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차주에게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연락처를 찾아보는데, 눈씻고 찾아봐도 연락처가 없는거다. 


어쩌지~ 명함이라도 꽂아놓고 가야 하나?


안절부절 하고 있을 때 좀 전 주차장으로 내려온 흰색 차 주인이 다가왔다. 외제차 차주의 지인이었다. 그가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외제차 차주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이미 지인에게 연락을 받아 상황을 알고 있었다. 


외근중이라 오후에 들어갈 것 같다고 해서, 외관상 이상이 없으니 확인 해 보고 연락을 주십사 통화를 간단히 끝내고 출근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차주에게 연락이 왔다. 

지인에게 사진을 우선 받았는데, 범퍼가 내려간 것 같단다. 


헐 어이가 없었다. 거북이 속도로 후진했고 닿는 느낌만 있었을 뿐이며 내 차 블랙박스를 확인해도 충격영상도 없는 상황이었다. 양쪽 차 모두 긁힌 자국하나 없는데 무슨 범퍼가 내려 앉았다는 것일까.


나는 아무 흔적도 없지만 접촉이 된 느낌은 있어서 도의상 전화 했다고, 사진말고 직접 확인하시고 연락 해 달라고, 도착하면 내가 현장으로 오겠노라 이야기 했다. 확인도 하지 않고 범퍼를 갈아야 한다고 나왔을 때 부터 뭔가 쌔한 느낌이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돌아가 사고 차량의 앞 부분을 동영상 찍어놓고 사진도 꼼꼼히 찍었다. 보험회사에 일차로 연락해 상황을 말씀드리고, 외근 나갔던 차주가 돌아온다는 오후 시간을 기다렸다.


오후 4시경, 차주는 블랙박스 확인을 하였으며 나의 과실로 범퍼가 내려앉은 게 맞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난 바로 현장으로 가 그를 만났다. 덩치 좋은 젊은 남자였다. 

차주는 범퍼한쪽 부서진 조각까지 들고 와서 나의 과실로 심지어 범퍼 끝부분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어이가 없었다. 앞쪽으로 접촉이 있었는데, 범퍼 끝이 부서진 건 또 왠말인가. 내가 사고 직후 찍어놓은 사진에는 그 조각이 보이지 조차 않는다. 차량 밑에 굴러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에 사진엔 안보였을 것이며, 범퍼는 얇아서 살짝만 부딪혀도 내려앉는 거라고, 보험 할증이 붙지 않는 금액 선에서 수리를 하겠다고 그는 인심을 썼다. 


이노무 경차, 중고로 산 것이고 당신의 차 범퍼값보다 저렴한 차인데, 더구나 내 과실로 범퍼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것 같은데 정말 사고 접수를 해야 겠냐. 정중하게 물어 봤더니, 내 과실로 범퍼가 내려간 게 맞으며 소중한 차가 망가져 속상하다고 말했다. 


소중한 차라니, 미안한 맘이 들었다. 

아니,  그정도의 접촉으로 범퍼가 내려 앉을 것 같으면 비싼 외제차 왜 사는 건가. 억울한 심정이었지만 어쨌든 접촉은 확실했으므로 처리 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블랙박스 영상을 앞 뒤로 꼼꼼히 확인했다. 주자창 안쪽에서부터 사고 차량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나와서 주차했기 때문에 외제차의 앞 모습이 확실히 찍혀 있었다. 그런데 이거 이거! 

내 과실로 조각이 났다던 그 범퍼 끝부분이 이미 사고 전 떨어져 나가 있었음이 확인 되었다. 


화가 났다. 

제대로 똥 밟았다 싶었다.


접촉된 부분에 대해선 사과 한다. 그러나 이미 범퍼 부분은 부서져 있었으며 내 과실 부분이 아닌것 같다. 


차주에게 문자를 넣었다.


그러자 차주는 떨어져 나간 범퍼 조각이 당연히 나의 과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내 사고로 범퍼가 내려 앉은 건 맞다며 자신의 차량 앞 모습 사진을 보내 왔다. 한쪽이 살짝 내려 앉은 게 보이지 않냐는 거였다. 


아니, 범퍼 한쪽이 내려 앉은것도 내 눈으론 잘 모르겠지만 내려 앉았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 범퍼가 조각날 만큼의 충격이 있었던 다른 사건으로 범퍼가 내려 앉은 것 같은데, 왜 이제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내 사고로 범퍼가 내려 앉았다고 말하는 걸까.  


정말 내 사고 이전에 일차 다른 사고가 있었는데 차주는 그걸 모른 채 내 차 사고만 알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그 부서진 조각을 들고 나와 나에게 연기를 한 것일까?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하였지만, 정말 내 차와의 접촉사고 이전에 무언가의 사고가 있었는데, 그가 모르는 상황이라면 그의 입장에서는 또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 


우선 사고 접수를 하고, 번호를 알려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블랙박스의 영상을 꼼꼼히 확인하던 시각, 차주는 주차센서, 크렉, 전체 도장 등등을 해야 한다고 알려왔다. 이제 이런 얘기는 보험사와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재차 억울하다. 그리고 내 차 사고 이전에 범퍼가 깨진 사고가 있었는데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면 뺑소니 신고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어쨌거나 보험사에 접수했으니 잘 처리가 되길 바란다 답장을 보내고, 더 이상의 차주와 실갱이는 하지 않기로 했다. 


똥밟았네! 

경찰에 확 신고해버려! 

보험 사기 아니야? 


친구들의 위로 + 화 난 문자가 쏟아졌다. 


정말 그 차주는 이전에 누군가 사고를 낸 것을 몰랐던 걸까. 내 차와의 접촉 후 범퍼가 내려간 거로 생각을 했었다면 망가진 차 때문에 그는 너무나 속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정도의 접촉으로 범퍼가 내려 앉았다는 게  여전히 납득 되진 않는다.


아침 출근길 사고의 여파로 종일 떨리고 가슴졸이며 기다렸더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접촉은 맞기 때문에 그쪽에서 그렇게 나와도 어쩔 수 없을걸? 


마치 남의 일인양 구는 남편 때문에 더 더 화가 난 저녁.


시불! 

딴집 남편 같았으면 차주에게 전화해서 상식적으로 이정도 접촉에 범퍼가 내려앉는 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이냐 따져 묻기라도 했을 거라고 한판 쏘아 붙이고는, 머리를 싸매고 누워 생각했다. 


정말 그 차주는 억울한 걸까. 나를 속인 것일까. 


어쨌거나 내 첫 자동차 사고는 이렇게 억울함만 한가득 남겼다. 


 세상에 정의는 살아있다~~~ 누군가를 속이고 잘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이왕 사고 접수가 된 마당에, 나는 그 차주가 나에게 옴팡 덮어 씌우려는 똥이 아니라, 진짜 사고로 차량이 망가져 속상한 사람일지 모른다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외제차 차주여. 깨진 범퍼 조각을 들고 내 차 사고로 몰아간 것이라면 그대는 진정 연기 대상 감이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바라건데 그 이전 사고가 있었고 뺑소니였단 것이므로 몸짱 만큼이나 정의감 짱이어서 뺑소니를 잡아 내 억울함을 풀어주시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장롱면허 탈출기 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