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손수 납골당 꽃다발을 준비하는 이유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엄마 생일이 되면, 이런 문구가 적힌 리본이 예쁘게 꼽힌 화분을 아빤 항상 선물하셨지요.
마지막 엄마 생일을 앞두고는 산책길에 들꽃을 한 아름 꺾어다가 내밀기도 하셨어요. 그때가 두 번의 항암을 끝내고, 속이 좋지 않아 매일 같이 토하며 살이 쏙 빠진 채였는데, 아빠가 운동을 나가신다길래 온 가족이 걱정되어 따라나선 날이었어요. 로맨티시스트 아빠는, 어쩜 그날 엄마에게 들꽃 선물을 할 생각을 하셨나요?
아빠가 돌아가시고 벌써 3년이 지났지만, 나는 꽃집 앞을 지나가다 예쁜 꽃을 보아도,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 사이에 핀 들꽃을 보아도, 꽃만 보면 그래서 아빠 생각이 나요.
그래서일까. 나는 매번 아빠 집을 찾아갈 때마다 아빠 생각에 내 손으로 직접 꽃을 준비해요. 그 아빠의 그 딸이죠?
봄에는 노란 꽃으로, 어버이날엔 빨간 카네이션으로, 가을이면 가을 색에 맞춰서, 크리스마스엔 리스로.. 그렇게 매번 나름의 정성을 들여 봅니다.
당신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지금은 이것밖에 없잖아요. 맛있는 음식도, 좋은 옷도 사드릴 수가 없고, 사랑한다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당신은 최고의 아버지였다는 말도 들려 드릴 수가 없으니까...
그저 서툰 솜씨로 준비한 미니 꽃다발 말고는...
그래서 나는 매번, 진심 가득 담아 꽃을 준비해요. 아빠... 어디서라도 보고 계시다면, 우리의 애타는 마음을 읽어줘요.
지금도 나는, 아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잠깐 숨을 고르고 곰곰 생각해 볼 때가 있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게 맞아? 진짜라고? 허.. 정말?’
어쩜 계속 이렇게 외면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생각의 주머니에 여러 방이 있다면 ‘아빠가 돌아가심’이란 방의 문은 아마 꽁꽁 걸어 잠가버리는 거예요. 생각하면 한없이 슬퍼져서 생각을 안 하려고요.
그저 아빠 집에 가느라고, 꽃을 준비할 때에만 아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실감이 나고, 그래서 더 열심히 꽃을 준비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엄마 생일에 늘 꽃을 선물하던 아빠, 이제 아빠 집 앞 꽃은 내가 책임질게요. 사랑으로 가득했던 아빠의 마음 닮아 사랑스러운 집 앞이 되도록. 다른 많은 주변 집들 가운데, 아빠의 집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도록 말이에요.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고, 그래도 보고 싶어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