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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녕 아빠

오랜만에 꿈에서 아빠를 만났습니다.

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셨나요...

by 돌콩
배가 아파, 동네 병원에 가 봤는데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네...


시컴은 방 안, 마치 관처럼 땅 아래로 꺼진 이부자리 위에, 아빠는

병원 환자복을 입고, 허리 수술을 한 환자처럼 복대를 하고, 배가 아프다며 누워 계셨어요.


내가 큰 병원까지 운전해서 모시고 갈 수 있을까?


장롱면허 탈출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운전에는 자신이 없어서 옆자리에 누굴 태우는 법이 없는 나는, 꿈속에서도 이런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결심했죠. 아빠의 고통을 이대로 두고 볼 순 없었거든요.

응급실 가자!


그렇게 외치다가 꿈에서 깼던 것 같아요.

그, 꿈에서 깨는 순간은 찰나였을텐데, 나는

"왜 오랜만에 꿈에 나타나면서 아빠는, 선글라스 낀 멋진 모습도 아니고 하필 환자복을 입고, 배가 아프다고 누워있는 채로 만나게 됐을까." 원망이 들었어요.




그날 낮에, 모처럼 시간이 나서 드라마 하나를 정주행 했는데, '멜로 무비'라는 드라마였어요.

주인공 '고겸'의 형은, 어린 시절부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온 인물이었어요. 그러다 잘못된 선택으로 목숨을 버리려 했고,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되지요. 형이 합병증으로 사망을 하고, 고겸이 형의 빈자리를 힘들어하며 급기야 형과 함께 살던 집으로 들어가는 걸 힘들어하면서 차 안에서 잠을 자기도 해요.

CK_pc002066005.jpg ⓒ클립아트코리아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나에게, 힘든 단어예요. '멜로 무비'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엉엉 울었어요.


엄마는, 40년을 넘게 함께 살아온 아빠가 떠난 그 빈자리를, 어떻게 감당했을까요? 아빠가 없는 집을, 아빠가 오지 않는 그 집에서 사는 게 어떤 마음일까요?

아빠의 음성을 들을 수 없어서, 아빠를 만날 수가 없어서, 늘 내가 갈 때마다 마중 나와주는 아빠가 없어서 나 조차도 그 집을 찾아가기가 힘든데 말이에요.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루 종일 실컷 울어버린 날이었거든요.

하필, 그날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아빠를 꿈에서 아주 아주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꿈은 반대야"라든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라든가. 그런 말들이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요.


그냥, 어딘가 놀러 가길 좋아하고, 멋 부리길 좋아하지만 멋 낼 것이라곤 선글라스뿐이었던 아빠가

근사하고 멋있게 차려입고 스포츠카라도 한대 끌고 나타났었다면 좋았겠어요.

아니면 일 년 후에 차 하나 끌고 캠핑이나 다니자고 엄마에게 이야기했었던 아빠가, 멋진 캠핑카를 끌고 나타나 여유롭게 좋아하는 커피 한잔하고 있는 장면이면 어땠을까요?


"배가 아파"라던 아빠 모습에, 주말 내내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렸어요.

보고 싶은 아빠. 우리가 아빨 위해 더 애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온통 후회뿐이에요.




연속으로 이랬던 적은 처음인데, 다음날에도 아빠가 꿈에 나타났어요. 이 꿈 안에서도 아빠는, 시한부인 상태였죠. 처음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처럼 멀쩡한 모습으로, 배가 고프다며 두유를 맛있게 드셨어요. 그런데 이번엔 남동생이 아기 같은 모습으로 날 걱정 시켰어요.


항상 조금 모자란 동생 때문에, 아빠가 걱정이 많았었는데... 그 걱정이 꿈에서 그렇게 보였던 게 아닌가. 또 나는 꿈에서 깨면서 펑펑 울었지요.

책임져요 아빠. 주말 내내 우울했던 내 마음을. 너무 슬퍼서 감당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잘 계신 거겠죠? 하늘나라에서는.

다음에는 내 꿈에, 행복한 모습으로 찾아와 줘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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