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안녕 아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콩 Oct 22. 2023

솜씨 좋던 아부지

무엇이든 만들어 내던 당신 생각이 났습니다.

어항 꾸미기 교육을 받다가, 강사님으로 부터 부목을 건네 받았는데, 어디서 많이 보았던 물건이었다.

순간 눈물이 툭. 떨어졌다. 

아, 괜찮은 줄 알았는데, 또 예고없이 불쑥 아빠 생각이 찾아와 눈물을 빼놓는다. 

아빠는 취미로 나무 갂이를 하셨다. 새나 거북이 만드는 걸 특히 좋아하셨다.

아빠께 내가 받은 작품은 두 마리의 학처럼 생긴 새 모양의 장식품이었다. 하나 하나 칼로 다듬고 불로 눈을 만들고 긴긴시간 공을 들였을 작품이 꽤 훌륭하게 느껴졌다.

아빠는 쑥스러워하면서 소심하게 가져갈래? 하셨다. 

나는 또 호들갑을 떨며 아빠의 작품들을 받아 왔지. 하하 


집으로 들어오면 딱 보이는 신발장 위에, 아빠의 작품을 높고 한참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아빠의 작품은 그렇게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언젠가 나무의 갈라진 틈으로 벌레가 생기고 하여 버릴 수 밖에 없었을 때 얼마나 아깝던지. 


아파트 뒷산에 불이나 아파트 코앞까지 불길이 번져 대피령이 떨어졌을때 조카가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거북이를 지켜야 한다며 다른 귀한 것 보다 그걸 먼저 챙겼다는 얘길 듣고 정말 기특하게 생각되었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작품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듯 했다.


목수였던 아빠 답게, 지금 동생이 살고 있는 집도, 엄마 아빠의 집도 아빠 손으로 지으셨다. 그러니 우리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집 곳곳에서 아빠의 손길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언젠가부터 나에게 누군가 솜씨 좋다는 얘기는 해주면 아빠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솜씨 좋은 그 아버지의 그 딸이니까. 아빠는 나의 자랑이고, 그렇게 당신은 나에게 존경의 대상이니까. 


이제 솜씨좋은 아버지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 솜씨를 물려 받은 내가 있다. 무언가를 손으로 만들어 낼 때마다 나는 그렇게 나의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생각하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