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자리

되, 물림

by 밤얼음

문 밖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재연 씨!"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숨을 몰아쉬며 인성이 문턱에 멈춰 섰다.

뒤쪽 복도에서 카운터 남자가 다급하게 따라붙었다.


인성이 재연의 손을 잡아끌었다.


시야 끝에서 날 선 빛이 번뜩였다.

남자의 팔이 휘둘렸다.

허공을 가르며 떨어지는 순간, 재연이 몸을 던졌다.


금속이 살을 스며 짧은소리와 함께 팔에서 피가 튀었다.

남자가 멈칫했다.


"너... 신재연 너 뭐 하는 거야!"


"오빠가 그랬지. 우린 닮았다고."


웃음 섞인 숨이 연기처럼 새어 나왔다.


"아니, 난 오빠랑 달라."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손에 쥔 것이 아래로 떨어질 듯 흔들렸다.


"이 자식이랑 고작 몇 번이나 봤다고.

꼴에 사랑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인성이 남자의 셔츠깃을 움켜쥐었다.

천이 목까지 단번에 구겨 올라갔다.


"입 조심해."


숨이 거칠게 부딪혔다.


"그리고 그 손도."


멱살을 거칠게 밀어붙이자 남자의 등이 벽에 부딪혔다.

쥐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인성은 재연의 어깨를 감싸 옆을 지나쳤다.

뒤에서 남자의 악이 터졌다.


"웃기고들 있네.

사랑 뭐 씨발, 그게 뭔데!"


사과는 늘 같은 나무에서 떨어진다.


"그래! 네들 그 사랑인지 뭔지!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자!"


그 나무는 집 쪽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약국 안 불빛이 켜졌다.

유리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에 간판 글자가 길게 늘어졌다.


재연의 팔 위에서 연고를 펴던 손이 멈췄다.

소독약 냄새가 젖은 공기 위에 남았다.


"그렇게 몸을 날리면 어떡해요.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잖아요."


인성의 손이 손등을 스쳤다.

둘은 놀란 듯 동시에 손을 떼었다.


"그러는 그쪽은.

왜 거기까지 온 거예요.

내가 뭐라고."


인성은 붕대를 한 바퀴 더 감았다.


"...모르겠어요. 그냥."


짧게 숨을 삼켰다.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재연의 팔에 통증이 짧게 번졌다.

이상하게도, 시들어가는 통증이 아니었다.


죽어가던 숨이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의 소란이 가라앉자, 둘 사이에 남은 건 떨림이었다.

끝을 모른 채.


그날 이후로, 국 한쪽에 사과맛 사탕 그릇이 놓였다.

떨어지면 다시 생겼고,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가득 찼다.


재연은 더 이상 약국 안을 둘러보지 않았다.

올 때마다 늘 같은 자리에 그가 있었으니까.


그날 밤,

화면에 낯선 번호가 또 한 번 떴다.


피할 수 없는 소리가,

돌아올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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