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수성가 (2) 완결

자만파, 자기 만나 파탄

by 밤얼음

여보? 영자씨 남편...?


"경영자, 능력 좋구만. 어린놈이랑도 붙어먹고."


남편의 말에 영자씨가 코웃음을 쳤다.


"당신보다야 좋겠어? 연예인 애들부터 대학생, 술집 애들까지."


남편 얼굴이 굳어도 영자씨의 두꺼운 입술은 멈추지 않았다.


"정리하기 귀찮았는데.

당신이 알아서 치워줘요."


영자씨의 손이 올라왔다.

또 뺨자국 하나 쌓이는 건가. 눈을 질끈 감았다.


두툼한 손길이 내 뺨을 쓸어내렸다.

아주 부드럽게.

불쌍한 강아지라도 보듯.


"잘 가, 준수야."


영자씨는 뒤도 안 보고 현관을 나갔다.


괜찮다.

그래도 내가 먹은 사료는 명품 사료였으니까.


실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재킷을 벗어 의자에 깔자, 남편이 그 위에 앉았다. 나는 괜히 허리를 곧게 세웠다.


"방금 보신 건 오해입니다! 제가 사모님의 도움을 받긴 했는데. 그러니까..."


"너 담배 피냐?"


남편의 물음에 나는 잽싸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담배를 안 펴서요. 필요하시면 사다 드릴까요?"


"잘됐네. 이 새끼 그냥 팔아버려."


"옙! 얼른 사오겠습... 예???"


팔아?

나를?


경호원 둘이 내 양팔을 잡았다.


"사장님...! 대표님! 어르신! 돈은 어떻게든 갚아나가겠습니다!"


그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깟 푼돈?

벌레 한 마리 때문에 뒤탈 날 순 없지."


곁에 서 있던 실장이 휴대폰을 꺼냈다.


"오늘 물건 하나 보냅니다."


설마 날 술집 같은 데로 팔아넘기려는 가.


"저 술 못 마십니다!"


실장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내 턱을 잡아 올리고는 눈을 벌려 살피더니 다시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술도 안 마시고, 각막도 깨끗하네요."


각... 막...

이게 뭔 소리야.


"1시간 후에 뵙죠."


통화가 끊기자 영자씨의 남편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싹 떼가라 그래.

사고사로 처리하고."


곧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집 안에 울렸다.


다리가 풀렸다.

아랫도리에서 발목까지 차가운 감촉이 다리를 타고 흘렀다.


경호원들이 차례로 코를 막았다.

쪽팔림? 수치심? 지금 그딴 걸 따질 상황이 아니다.


나는 지금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뚱땡이 아줌마 하나 때문에 내 인생 파탄 날 순 없어.


문이 열리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뒤로 넘긴 머리, 이마에 번들거리는 윤기.

내가 영자씨 돈으로도 못 사던 그 부티.


실장과 경호원들이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


"아버지랑은 통화했어. 걔 그냥 두고 가."


내 팔을 잡고 있던 손이 풀리고 몸이 바닥으로 꺼졌다.


남자는 나를 발끝으로 툭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왔다. 집안을 훑던 시선이 침대에서 멈췄다.


"엄마 수준은 알다가도 모르겠네."


남자의 시선이 식탁으로 돌아갔다.

먹다 남은 테이크아웃 커피.

그가 뽑아 든 빨대가 손가락 사이에서 비틀려 구겨졌다.


"빨대도 종류가 있던데.

종이빨대,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유리, 실리콘.

넌 뭐지?"


그의 시선이 나에게 내려왔다.


"일회용 치고 꽤 오래 써졌네."


명함이 툭 던져졌다.


"나중에 내 번호로 전화 가면 받아."


떨리는 손으로 명함을 집어 들었다.


오만수.


그가 나갔다.


나는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갔다.

잠금장치를 미친 듯이 돌린 뒤 벽에 등을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살았다.


현관 옆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 속 내 얼굴을 만져봤다.

내 잘생긴 눈.

멀쩡히 붙어 있다.


정말로 살았다.


다신 누나들 안 만나...


고개를 숙이자 엎어진 내 명품 구두가 보였다.

그 옆에 떨어진 내 명품 지갑.

지갑에서 현금이 우르르 쏟아져 있었다.


아니다.

돈 많은 누나일수록 조심해서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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