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파, 자기 만나 파탄
짝.
그녀가 내 뺨을 후려쳤다.
"내 친구랑 잠을 자?!"
또 한 번.
짝.
오늘도 내 뺨은 쉬지를 않는다. 뺨에 남은 자국을 손끝으로 쓸었다. 이 손자국은 나의 업적이다. 많을수록 내 능력이라는 증거.
몇 달 전,
여자친구에게 걸렸다.
그녀의 친구와 키스하는 걸.
그리고 또 걸렸다.
바람피는 현장을.
이번에도 그녀의 친구였다.
아무튼.
큰 키.
웬만한 여자들보다 뽀용한 피부.
배우들도 밥 굶게 만들 얼굴.
믿기지 않는 캐릭터.
그게 바로 나다.
사람들은 나를 자수성가라 부른다.
하지만 사실 난,
누나.수.성.가.
누나들의 연하남.
나 나준수다.
왕누나 경영자씨.
내 든든한 스폰서 덕을 좀 봤지.
하긴, 그것도 내 능력이다.
부재중 10통. 영자씨다.
돈 냄새 맡는 속도처럼 눈치도 빠른 사람. 드센 성격만큼 투자도 화끈하다.
"우리 자기, 전화 열 통이나 했네?"
ㅡ 어디야~
"나 집이지."
영자씨한테만큼은 걸리면 안 된다.
지금 내 집에서 뻗어있는 여자. 이 여자부터 치워야겠다.
"누나, 정신 좀 차려봐! 오늘도 늦게 들어가면 남편이랑 파탄 난다며!"
남편.
그 단어 하나에 풀려있던 눈을 번쩍 뜬다. 꼬부라졌던 혀도 금세 풀렸다. 밖에서 딴짓을 하면서도 이혼은 죽어도 하기 싫어하는 거 보면.
참 고마워. 들러붙지 않아줘서.
나는 가영누나를 어깨에 들쳐멨다.
하마터면 내 밥줄인 허리가 무너질 뻔했다. 1층까지 내려오는데만 유산소 1시간은 뛴 기분이다.
"차 왔어! 정신 좀 차려봐!"
"정신은 너도 차려야겠는데?"
이 목소리.
고개를 돌렸다.
검은 고급 승용차 옆, 영자씨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경호원 둘이 양옆에 붙어 있다.
우리 영자씨, 재벌 회장 여동생 포스 여전하시네.
큼지막한 손이 내 얼굴로 날아왔다.
"저런 젊은 여자 불러들이라고 이 집 마련해 준 줄 알아?"
내 뺨은 역시 쉬지를 못한다.
오늘도 내 업적 하나가 추가됐다.
가영누나를 차에 실어 보내고, 영자씨와 집으로 올라왔다.
"자기야, 오해야, 오해!"
내 단골멘트도 안 통한다.
영자씨가 내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살이 겹치며 스커트가 올라갔지만, 전혀 설레지는 않는다.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침대 시트를 천천히 쓸어내린다.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손길.
... 무섭다.
"아까 그 여자... 내 친구야!
그... 성별이 여자가 된 남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나도 어이가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쓰는 내 최종 무기가 있다.
"아, 됐어! 못 믿겠으면 다 관둬!"
영자씨 같은 타입은 더 센 한방이 필요하다.
눈에는 눈!
... 그다음이 뭐더라.
귀에는 귀였나?
아무튼, 그런 거.
"내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내 순정 의심받는 거? 그게, 나한텐 가장 치욕이야!"
됐다.
"아이참... 그 말 진짜지?"
먹혔다.
... 아니, 잠깐만.
거기까지.
안돼...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말라고.
내 입술도... 먹혔다.
육중한 몸이 나를 그대로 짓눌렀다.
영자씨의 두꺼운 입술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잠깐.
최면 시작.
그래. 지금 내 위에 있는 여자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다.
나는 그렇게 믿어야 한다.
나준수, 할 수 있어, 인마!
이 입술 자국도... 업적이다.
그때.
문이 열렸다.
굵고 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아주 예술적인 장면이네."
입술이 떨어졌다.
"여... 여보. 당신이 여길 어떻게!"
여보?
영자씨 남편...?
아.
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