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수성가 (1)

자만파, 자기 만나 파탄

by 밤얼음

짝.

그녀가 내 뺨을 후려쳤다.


"내 친구랑 잠을 자?!"


또 한 번.

짝.


오늘도 내 뺨은 쉬지를 않는다. 뺨에 남은 자국을 손끝으로 쓸었다. 이 손자국은 나의 업적이다. 많을수록 내 능력이라는 증거.


몇 달 전,

여자친구에게 걸렸다.

그녀의 친구와 키스하는 걸.


그리고 또 걸렸다.

바람피는 현장을.

이번에도 그녀의 친구였다.


아무튼.


큰 키.

웬만한 여자들보다 뽀용한 피부.

배우들도 밥 굶게 만들 얼굴.

믿기지 않는 캐릭터.

그게 바로 나다.


사람들은 나를 자수성가라 부른다.

하지만 사실 난,


누나.수.성.가.

누나들의 연하남.

나 나준수다.


왕누나 경영자씨.

내 든든한 스폰서 을 좀 봤지.

하긴, 그것도 내 능력이다.


부재중 10통. 영자씨다.

돈 냄새 맡는 속도처럼 눈치도 빠른 사람. 드센 성격만큼 투자도 화끈하다.


"우리 자기, 전화 열 통이나 했네?"

ㅡ 어디야~

"나 집이지."


영자씨한테만큼은 걸리면 안 된다.

지금 내 집에서 뻗어있는 여자. 이 여자부터 치워야겠다.


"누나, 정신 좀 차려봐! 오늘도 늦게 들어가면 남편이랑 파탄 난다며!"


남편.

그 단어 하나에 풀려있던 눈을 번쩍 뜬다. 꼬부라졌던 혀도 금세 풀렸다. 밖에서 딴짓을 하면서도 이혼은 죽어도 하기 싫어하는 거 보면.


참 고마워. 들러붙지 않아줘서.


나는 가영누나를 어깨에 들쳐멨다.

하마터면 내 밥줄인 허리가 무너질 뻔했다. 1층까지 내려오는데만 유산소 1시간은 뛴 기분이다.


"차 왔어! 정신 좀 차려봐!"


"정신은 너도 차려야겠는데?"


이 목소리.


고개를 돌렸다.


검은 고급 승용차 옆, 영자씨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경호원 둘이 양옆에 붙어 있다.


우리 영자씨, 재벌 회장 여동생 포스 여전하시네.


큼지막한 손이 내 얼굴로 날아왔다.


"저런 젊은 여자 불러들이라고 이 집 마련해 준 줄 알아?"


내 뺨은 역시 쉬지를 못한다.

오늘도 내 업적 하나가 추가됐다.


가영누나를 차에 실어 보내고, 영자씨와 집으로 올라왔다.


"자기야, 오해야, 오해!"


내 단골멘트도 안 통한다.

영자씨가 내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살이 겹치며 스커트가 올라갔지만, 전혀 설레지는 않는다.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침대 시트를 천천히 쓸어내린다.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손길.

... 무섭다.


"아까 그 여자... 내 친구야!

그... 성별이 여자가 된 남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나도 어이가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쓰는 내 최종 무기가 있다.


"아, 됐어! 못 믿겠으면 다 관둬!"


영자씨 같은 타입은 더 센 한방이 필요하다.


눈에는 눈!

... 그다음이 뭐더라.


귀에는 귀였나?

아무튼, 그런 거.


"내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내 순정 의심받는 거? 그게, 나한텐 가장 치욕이야!"


됐다.


"아이참... 그 말 진짜지?"


먹혔다.


... 아니, 잠깐만.

거기까지.

안돼...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말라고.


내 입술도... 먹혔다.

육중한 몸이 나를 그대로 짓눌렀다.

영자씨의 두꺼운 입술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잠깐.

최면 시작.


그래. 지금 내 위에 있는 여자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다.


나는 그렇게 믿어야 한다.

나준수, 할 수 있어, 인마!

이 입술 자국도... 업적이다.


그때.


문이 열렸다.

굵고 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아주 예술적인 장면이네."


입술이 떨어졌다.


"여... 여보. 당신이 여길 어떻게!"


여보?

영자씨 남편...?


아.


조졌다.



화, 목, 토 연재
이전 04화한 남자랑만 살아야 하는 법 (4)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