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n살 캐나다 워홀 생존기
8월 말, 여전히 무섭도록 따가운 밴쿠버 햇살을 뚫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무려 구글맵 평점 4.9에 달하는 카페가 근처에 있길래(근처라 봤자 도보 23분^^) 덥지만 호기롭게 찾아갔다.
생각보다 엄청 아담한 리얼 로컬 카페테리아였다.
근처 병원이 있는 것을 제외하곤 하우스 뿐인 동네 의 작은 상가에 위치해 있었다. 나 혼자 너무 여행객처럼 입고 있어서 살짝 민망할 정도..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간단히 먹고 싶었기에 에그치즈 샌드위치와 망고주스를 시켰다. 샌드위치는 정말 이름에 충실한 태도를 보이며, 야채 하나없이 에그와 치즈만 들어가 있었다. 핫소스를 곁들여 먹으니 나쁘지 않았다. 반전이었던 것은 망고쥬스.
사실 평소에 망고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장시간 비행 동안 오렌지 주스, 사과 주스를 넉넉히 마셔서 다른 것을 골랐다. 그런데 감동스러울 정도로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진심 신라호텔이 망고 빙수 맛집이라면(안 먹어봄) 이곳은 망고쥬스 맛집이라 불려야 할 정도!
그리고 이 곳에 와보니 딱히 특별한 메뉴를 파는 것도 아닌데 평점이 높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잘 정돈된 느낌의 가게는아니었어서 살짝 당황스러운 감이 있었는데, 따뜻하게 맞아주는 Yaser(확인하진 않았지만 Yaser’s Cafe니까 맞겠지?)의 따뜻한 미소를 마주하니 얼었던 마음이 금새 녹아 내렸다. 찾아와 준 모든 손님은 물론, 낯선 나에게도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친절히 물어봐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마지막에 계산할 때에도 먼저 No Tip 버튼을 누르는 그.. 팁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가능한 일이냐며..
나라도 동네 주민이라면 그를 보러 자주 올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이 곳 로컬인들에겐 부담없이 기분 좋게 찾아오는 장소인 듯.
숙소 근처에 가장 큰 번화가(?)인 매트로타운. 위치적으로 경기도 스타필드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다양한 상점들과 월마트, 대형 아시안 마트인 T&T, 미용실 등이 들어서 있다.
그중 레코드 샵이 눈에 띄어 들어가봤다.
찾아보니 밴쿠버 내 5개 지점이 있는 Sunrise Records 선라이즈 레코드. 매트로폴리스 매장 내부는 꽤 컸다.
입구와 꽤 가까운 곳에 K-pop 섹션이 있었다.
그런데 구경하던 와중에 서양인 손님들이 와서 매니저에게 K-pop 섹션 위치 바꿔야 한다며. 더 앞쪽으로 빼야한다고 말하는 것을 얼핏 들었다.(맞겠지?)
조용히 나홀로 느끼는 뿌듯함.
너네 뭘 좀 아는구나 ㅎ. 근데 나 여기 일하고 싶다. 케이팝 열심히 잘 설명할 자신 있는데
한 켠에 있던 Staff Picks 코너. 귀여워서 찍어 봤다.
그런데 약간 실망했던 포인트는 이렇게나 큰 매장에 Pop/Rock은 한 줄이 꽉 찼는데(Pop이라 당연하겠지만), 어째 Hip Hop은 고작 한 칸이냔 말이다!
너네 Drake 보유국으로서 이거밖에 안돼..?
캐내디언 힙합 안듣니?
근데 와중에 칸예 앨범 안 보이길래 물어보니 다 팔렸다고 한다. He is too popular 라며 ㅎ
갖고 싶은 SZA 앨범. 내 언젠가 이 곳에서 LP를 즐길 수 있는 여력이 될 때 다시 찾아오리..
참고로 캐나다는 룸렌트가 일반적이기 때문에(각 방에 세들어 사는 것), 맘껏 방안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 듣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 피같은 마샬 스피커를 두고와야만 했다… 또르륵
구경하다가 당 떨어져서 사먹은 치즈케이크.
이거 먹고 TD뱅크 은행 계좌 개설하러 갔다. 한국인텔러로 예약해서 안전하게 잘 개설했다.
이제 돈 벌 준비 완료!
버나비의 맑고 푸른 하늘.
참고로 버나비 Burnaby는 다운타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개인적으로 여기가 익숙해져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동시간 빼고는 홈리스도 없고 대마 냄새도 덜해서 살기 좋은 것 같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캐나다는 대마가 합법이다ㅎ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냄새 맡는 중ㅠ
은행 근처가 로얄 오크 역이라 동네 분위기가 궁금해서 걸어가 봤다. 살짝 올드한 느낌의 동네라고 하는데(현지인 피셜), 좋게 표현하면 정감가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 였다. 치안도 좋은 편이라 한다.
이건 다른 날인데 중고거래 때문에 처음으로 다운타운 방문했다. 나는 다행히 시차 적응은 필요 없었지만, 전 날 밤새 짐싼 후+장시간 비행+교통카드 없이
걸어다님+입국 후 서류 처리 등 피로가 쌓여 결국 영양제를 구입했다.
유산균이랑 비타민 B 구매. 웨버내츄럴 할인하길래 런던 드럭스에서 샀는데 나쁘지 않은 듯.
들어간 식당 바로 건너편에 있어 우연히 알게 된
the Holy Rosary 성당. 이후로 매주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다운타운 중심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만큼 스페니쉬, 라틴어 미사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큰 규모로 외부 내부 모두 아름다웠다.
고해소 중심에 있는 큰 예수상이 인상적이었다.
한 벽을 크게 장식하고 있던 스테인드 글라스.
the Holy Rosary 성당의 미사 시간 안내.
이번 주에는 늦잠을 자서 저녁 6:30 라틴어 미사를 드렸는데, 알아듣진 못해도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는 평화의 인사 때 보통 목례만 드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서로 허그도 하고 악수도 나누고 조금 더 친근하게 표현하는 점이 인상깊었음.
성당 근처에 있던 다운타운 밴쿠버 공립도서관.
지나다닐 때마다 보지만 아직 가보진 못했다.
드라이기 중고 거래하러 온 시모어 스트릿.
도로변에 큰 콘도들이 많았다. 여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치만 비싼 편이고, 방은 그에 비해 작은 편. 위치는 최상 ㅎ
바로 건너편에 Drake Street 간판보고 반가워서 찍음. 내가 아는 드레이크 아니겠지?
근데 너네 힙합 잘 안듣잖아 ㅎ…(뒷끝)
Yaser’s Cafe 찾아가는 길에 집 앞에서 마주한 사랑스러운 장면.
나에게도 이 아름다운 도시를 손잡고 걸어다닐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단 바람으로 급 마무리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