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사니아스 #8

왜 자기 자신을 알아야만 하는가

by 나이트 아울

파우사니아스 :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오늘은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소크라테스 : 파우사니아스여, 그대가 여전히 질문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하는구먼. 그래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파우사니아스 : 선생님은 델포이 신전에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구를 알고 난 이후부터 줄곧 선생님 본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니셨는데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소크라테스 : 물론이라네. 나는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자신을 아는 일 이상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네.


파우사니아스 : 하지만 선생님,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크게 부자가 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최상의 성취가 아닐까요? 다시 말하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가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 아닌지 여부에 대해 선생님의 의견은 듣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 : 오늘 자네가 나에게 던진 질문은 아마 근래에 이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을 휩쓸고 있는 재물에 대한 광기 어린 욕망을 보고 하게 된 것인가?


파우사니아스 : 그렇습니다 선생님. 앞으로 이 도시가 평화로울지 혹은 전란에 휩싸일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재물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소크라테스 : 자네의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하네. 첫째,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은 더 많은 재물을 모으는 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경우가 있다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밑바닥까지 살펴본 결과 그 사람에게는 경제적으로 부를 이룰만한 자질이 없다면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슬픈 일이지만 진실이기에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아니면 그 자신의 본성을 거역하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고.


파우사니아스 : 그렇다면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을 포기하고 더 많은 재물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소크라테스 : 고양이가 고양이라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물고기처럼 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자네의 눈에는 그런 삶이 의미가 있어 보이나? 혹은 자네는 그런 삶을 선택하고 싶은 것인가?


파우사니아스 : 저는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을 그런 방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소크라테스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그럼 두 번째 방향으로 이야기해보겠네. 어떤 사람이 본인의 바람대로 큰 부를 얻었다고 가정해보자고. 하지만 우리 앞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돌이켜보면 큰 부를 이뤘음에도 결국은 패가망신한 끝에 비참하게 삶을 마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네. 자네는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파우사니아스 : 저는 운명의 신이 그들을 버린 탓에 불가항력적인 불행을 맞이했거나 혹은 그들이 성공한 이후 잘못된 선택으로 부를 탕진하고 주변과 불화한 끝에 파멸했다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 나 역시 자네의 생각에 동의한다네. 운명의 여신이 인간의 운명을 희롱하는 일은 부자나 거지, 왕이나 노예, 젊은이나 늙은이, 그리고 그 이외의 모든 인간에게 생기는 일이니 닥치기 전까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네. 이미 그 일이 닥쳤다고 느낀 시점에서 인간은 당당히 맞서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부를 탕진하고 주변과 불화한 경우는 조금 달리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네. 나는 그들의 몰락은 그들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지 못했고 그 때문에 자기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네.


파우사니아스 :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소크라테스 :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느 시점까지는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이 단점을 극복할 수 있거나 비슷한 정도로 유지된다고 본다네. 하지만 그 시점을 지나는 순간, 단점은 더욱 부각되고 장점은 약화되는데 이는 장점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비해 단점은 각각의 인간이 가진 기질적인 부분에서 발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지.


가령 성실, 정직, 친절함, 선량함과 같은 장점은 개인적 기질도 작용하겠지만 유지하는데 후천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지. 그와 반대로 거짓, 태만, 불친절, 사악함과 같은 기질은 상황이 조금만 나빠져도 바로 드러나는 성질이 있다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단점을 정확히 직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사는 동안 그 단점을 제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이기도 하지.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살지 않는다면 그 단점이 점점 자신을 잠식하게되고 종국적으로는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네.


파우사니아스 : 그럼 선생님께서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실천한다면 파멸은 피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 건가요?


소크라테스 :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운명의 영역이 아닌 한, 나는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안다면 자신의 단점 때문에 파멸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파멸을 피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간다고 믿는 것이고.


파우사니아스 : 그렇게 믿기 때문에 선생님은 부를 이루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군요. 어차피 부를 이루어도 자신을 모르는 자는 결국 파멸에 이를 테니.


소크라테스 : 바로 그렇다네. 인생이라는 수수께끼는 결코 한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네. 자네는 아직 젊기에 비단옷을 입고 16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는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결국 그들의 화려함은 운명이 허락하는 동안 아주 잠깐 머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네. 그렇게 산다면 거대한 부는 이룰 수 없을지언정 더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하면서 따뜻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축복이 주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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