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결핍 없는 삶의 동의어가 아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by 나이트 아울
<출처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다음영화 (daum.net)>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많은 사람들을 삶에서 행복을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행복한 삶'이 아니라 '불행한 요소가 없는 삶'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행복과 불행이란 서울에 내 집이 있어서 기뻐서 날뛸 만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 이름으도 된 집이 없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고, 결혼을 해서 사랑하는 배우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배우자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불행한 것입니다. 즉, 위에서 언급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에 따르면 행복한 가정은 평균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무언가가 결핍되지 않을때 가능한데,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2022년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정면으로 대 문호 톨스토이가 내린 행복과 불행의 정의에 반기를 든 작품입니다.


작품 속 주인공 에블린(양자경)은 결과적으로 지구상에 살고 있는 99.99999%의 사람들처럼 '현재'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불행의 근원에는 그녀의 게으름이나 탐욕 때문이 아니라 그녀와 관계를 맺는 많은 것들이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결핍 때문인데(돈, 가족, 사업 등), 톨스토이 식으로 말하자면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된다면 분명 행복은 찾아올 것!!'이라고 외칠 법도 하지만 적어도 영화, 그리고 우리의 진짜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출처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다음영화 (daum.net)>


영화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실현하여 더 이상 채워 넣을 것도 바꿀 것도 없는, 이른바 완전체가 된 이블린의 딸 '조이'(스테파니 수)를 이블린과 정 반대의 축에 놓고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조이는 완전체가 된 끝에 '조부 투파키'라는 악한으로 돌변하는데, 작품을 보다 보면 그녀는 삶에 행복을 채워 넣을 수 없어서 괴로워하고 심지어 완전한 소멸이라는 형태로 자살을 꿈꾼다는 점에서 악한이라기보다는 불행한 사람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통계적 필연성'이라는 말을 인용하여 표현하자면 통계적으로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모든 것들을 다 갖춘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이 필연적으로 행복을 부여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조건의 충족'은 삶의 기반과 관련된 조건이지 삶을 살아내는 그 자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니까요.


영화 밖을 살펴봐도 죽을 때까지 돈 걱정 같은 것은 할 필요가 없는 재벌가 자녀들이 기어이 마약 상습 복용으로 감옥에 가고, 연예인들이 대리비 몇만 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음주운전 사건으로 만들어 자신의 커리어를 망치는 것만 봐도 불행한 삶을 살지 않을 조건이, 혹은 조건적으로 결핍 없는 삶이 행복이 아니라 불행 혹은 본인의 파멸로 이어지는 사례들은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가 실은 엄청난 오해임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런 사람들의 통념을 꼬집어서 보여주는데서 그치지 않고 진정한 행복의 성취란 결국 부족한 인간들 사이에서만 얻을 수 있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평범하다고 표현되는 그 무언가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는 제3의 눈이 필요함을 아주 유쾌하면서도 결코 교조적이지 않은 태도로 묘사합니다.


통계적으로 우리의 삶의 어떤 요소들은 분명 평균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아무리 많은 요소에서 평균점에 도달한다고 해도 삶 자체가 평균에서 머무는 일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서 행복을 손 끝에라도 스치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삶의 조건을 평균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내 상상력을 넓혀 그 상상력으로 다른 사람을 품어주는 것입니다. 다행히 그런 상상력을 넓히는 일은 멀티버스를 여행할 능력 없이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리 앞에는 수많은 예술작품과 역사, 그리고 다른 사람이라는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교재가 널려있으니까요. 이런 세상에서 상상력을 넓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당신의 결심뿐입니다.


"당신은 평균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아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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