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그러나 실제의 인생에 있어서는 만사가 그렇게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필요에 쫓겨 명쾌한 결론 같은 것을 구할 때, 자신의 집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나쁜 소식을 손에 든 배달부이다.
언제나' 그렇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경험적으로 말해서 그것이 우울한 소식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다. 배달부는 모자에 잠깐 손을 대고 어쩐지 미안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가 전해주는 소식의 내용이 조금도 나아지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배달부 탓은 아닌 것이다. 배달부를 책망할 수는 없다.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쌍한 배달부는 그저 위에서 부여받은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에게 그 일을 주고 있는 것은 친밀한 리얼리티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두 번째 계획이 필요하게 된다.(p.2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