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한
허약한 권력구조, 느린 정보망, 분열된 지배층, 통제에서 벗어난 행정망, 지배층과 지방민의 괴리, 하지만 무엇보다 상징적인 것은 김헌창의 행동이다. 무모한 권력욕, 권력의 절반 이상을 쥐고도 승부를 걸지 못하고 쉽고 안전하게 이기려는 안이한 태도, 욕망은 넘치나 능력은 없고, 모험을 하지 못하고 편한 것만 추구하는 자세, 이런 인물을 최고 권력자로 만들어 주는 능력 검증이 실종된 사회, 지배층이 사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의 상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는 충분하다. 그들이 통치는 제대로 하겠으며,사회의 문제를 깨닫고 개혁은 시도하겠는가? 개혁이란 제 살부터 베어내고, 편안함을 희생하고 고통과 불확실성에 도전해야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p.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