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
보기보다 매끄럽고 생각보다 단단했다
문득 매일 같이 지나는 버스 정류장 난간 끝에 달려있는 무언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이미지 검색으로 찾아보니 '엔드캡'이라고 부르는 물건이었다. 간신히 존함을 알아낸 엔드캡을 왼손 중지와 검지로 만져보니 보기보다 매끄럽고 생각보다 단단했다. 매끄러운 이유는 혹시나 누군가 맨살로 스쳤을 때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고, 단단단 이유는 날이 덥다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화를 내는 누군가 걷어찼을 때 부서지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엔드캡을 실제로 만져봤을 때 두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감촉은 앞에서 말한 지극히 합리적인 설계 의도 이상이었다. 사람이 넘어지지 않도록 설치한 철제 난간 끝의 날카로움에 누군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마음이 담긴 엔드캡이라는 제품의 존재 이유에, 그리고 그것을 고안한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피어났던 것이다.
흔히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한다. 사람들 눈에는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결국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역경의 극복"이고 아무리 크게 성공해도 막판에 한번 실패로 재기하지 못하면 "역경에 굴복"인 것이다. 그만큼 세상에는 "끝"이라는 한 글자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인데, 그런 세상의 각박한 평가와는 별개로 어느 순간에는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끝'을 보면서 흐뭇해지도 한다. 그간 나의 일상이 작은 것들로 화낸 적은 많아도 감사하기는 적었다는 사실에서 떠올린 미안함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