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진 않지만..

트리플 9 (2016)

by 나이트 아울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91342#1089534 >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 된 작품들은 장르나 내용은 달라도 모든 부분에서 특별히 떨어지는 부분은 없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아무리 잘 만들어진 영화라도 특정한 부분에서 평균 이하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 작품은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산업의 규모나 제작 편수를 감안하면 모든 작품이 별 다섯 개를 받을 만큼 완벽함을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대부분의 영화는 작품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에 점수를 매겼을 때 특정한 부분에서는 평균 이하인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부분이 좋게 평가할만한 다른 요소가 많은 작품에서 보이는 순간은 한 명의 관객으로서 무척이나 아쉬운 순간이지만요. 존 힐코트 감독의 2016년 작 '트리플 9'도 여러 좋은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단점 때문에 평균 이하의 영화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우선 좋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연기와 연출 부분인데, 주연 배우만 보자면 그야말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방불케 합니다. 타이타닉 이후 좋은 연기를 보여준 케이트 윈슬렛부터 노예 12년의 치워텔 에지오포, 브레이킹 배드의 아론 폴(제시 핑크맨 역), 워킹 데드의 노먼 리더스(데릴 역), 심지어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유일하게 호평이던 원더우먼 역의 갤 가돗도 등장합니다. 이런 드림팀 연기자들의 출연 때문인지 실제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영화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나 케이트 윈슬렛의 표독스러운 악역은 평면적이고 밋밋하게 묘사되던 그간의 여자 악당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에너지를 가져서 인상적이었고요. 그리고 초반부의 은행 강도 장면과 중반부에 경찰들이 펼치는 작전도 실제 상황에서 느껴질 것 같은 긴장감과 혼란스러움을 잘 표현해냈고, 이 두 가지 요소만으로도 트리플 9은 최소한 보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멋진 작품이 되었습니다.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91342#1088605 >


그러나 이 영화의 멋진 연기와 능숙한 연출은 역설적이게도 시나리오 상의 허술함을 더 부각되도록 보이게 합니다. 정말로 못쓴 시나리오가 아님에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앞서 언급한 다른 요소들을 잘 어우르는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까요.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그냥 무난 무난한 작품에서 이 정도 시나리오였다면 괜찮았다고 평가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역량 있는 배우들을 가지고 멋진 장면까지 연출했으면서도 중반 이후부터 이야기가 산만해지는 부분부터는 그들의 연기실력마저 둔 해 보이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작품의 마무리 장면도 너무 작위적이고 특정 배우를 편의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도 강했고요.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게 될수록, 그 숫자에 비례하여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비극이 찾아오게 됩니다. 특히나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과거의 기대와 현재의 아쉬움 사이의 격차 때문에 더 실망감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불완전한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영화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 그 실망감이 조금은 누그러졌습니다. 멋모르던 시절에 연애할 때는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같이 완벽한 사람을 찾다가 결국은 단점을 감싸줄 수 있는 사람과 만나는 것처럼, 불완전하지만 좋은 점을 가진 영화와 만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어차피 우리에겐 다음 작품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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