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행복을 보장한다는 희망에 냉소를 보내다

크로니클 (2012)

by 나이트 아울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67932#761818>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너 한물갔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이 넓은 세상은 나이, 직장, 성별, 경제적 능력 등의 차이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아마 저런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특히나 미생에 나오는 대사처럼 "직장 안은 전쟁터, 직장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때문에 사람들은 얼마 있지도 않은 여유 시간을 활용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처절한 노력과 성장을 갈망하는 삶의 태도가 나의 발전과 행복에 이바지할 것 같다는 희망에 냉소를 보낸 작품이 있는데, 바로 조쉬 트랭크 감독의 2012년 작 '크로니클'입니다.


크로니클은 조쉬 트랭크 감독의 데뷔작이고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음에도 개봉 당시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입니다. 실제로 저도 이 작품을 접했을 때 이미 수차례 접했던 소재였음에도 감독의 연출력과 초능력을 가진 소년 앤드류 역할이었던 데인 드한의 연기에 감탄하며 무척 즐겁게 감상했었고요. 그러나 저에게 크로니클은 단순한 초능력과 소년물을 섞은 작품 이상으로 다가왔는데, 바로 이 작품이 성장과 변화가 어떻게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는지를 소름 끼치게 잘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67932#759751>


영화 속에서 앤드류는 우연히 다른 친구들과 함께 초능력을 손에 넣습니다. 처음에는 대단한 능력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초능력은 점점 강해지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면서 그의 삶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집니다. 초능력을 얻기 이전에는 어둡고 소심한 성격이었던 자신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고 능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들뜨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앤드류가 점점 파멸의 길로 향하는 이유는 그에게는 성장의 결과를 받아들일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본인이 성장했다면 필연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있던 사람들과 세계와 격차가 발생하는데 앤드류의 어두운 면을 전혀 돌봐주지 않았던 부모의 무심함과 포악함은 한 소년이 기존 세계를 과격하고 극적인 방법으로 파괴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예전이라면 자신을 괴롭혔던 불량배들이 있어도 몰래 뒤통수나 때리고 도망가는 정도가 고작이었겠지만, 자동차를 종잇장처럼 구길 수 있는 능력자가 하는 복수라면 뒤통수 부분이 조금 아픈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테니까요.


앤드류와 그의 주변에 발생한 큰 비극들은 그가 평범한 사람일 때가 아니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결국 진정으로 앤드류에게 필요했던 것은 남들에게 없는 초능력이 아니라 크기는 작아도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환경이었던 것이겠죠.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 더 행복 삶을 위해 필요한 능력이 하늘을 날고 총알을 막을 수 있는 초능력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저런 초능력과는 달리 정말로 현실적이고 반드시 내게 필요한 것인지와, 원하는 능력을 손에 넣었을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능력 그 자체에만 집착하던 어떤 소년이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음에도 삶의 종착점에서 무척이나 슬펐다는 이야기를 잠시 떠올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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