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이 기계음 섞인 목소리로 일러준 장소는 웨스트 137번지의 ‘리오 미스티코’라는 바(Bar)였다.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길을 오가며 눈에 익혀두었던 가게였다. 그간 발길을 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명확했다. 나이가 들어도 추해 지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면 추한 사람이 되거나, 심지어 자신이 추해지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비참한 지경에 이른다. 나는 그런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숱하게 보아왔고, 내 미래 또한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암담했다.
약속 시간보다 하루 전날 밤, 나는 리오 미스티코 앞을 서성였다. 바를 수놓은 화려한 네온사인 빛은 여전히 인상적이었으나, 내가 찾아야 할 것은 그런 낭만이 아니라 건물의 출입구가 몇 개인지 같은 실질적인 정보들이었다. 리오 미스티코는 비록 저물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화려했고, 300달러를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수 있는 나 같은 인간이 발을 들이면 금세 추해질 것 같은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빛 아래 머무는 그림자를 보며, 나는 이 도시를 지탱하던 철강 회사의 위기로 도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뉴스를 떠올렸다. 동네 치안이 나빠진 것도 아마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타닉이 뱃머리부터 침몰하지 않듯, 이 가게 역시 마지막 화려함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 다만 내 눈에는 그 화려함조차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낸 채, 그저 살아있기에 숨을 몰아쉬는 빈사 상태의 들개처럼 보였다.
다행히 가게 입구는 정면 출입구뿐이었다. 건물 뒤편에 법규상 설치된 비상구가 있었지만, 그 문은 마치 예수가 이 땅을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것처럼 먼지가 쌓여 있었다. 아마 문 너머에는 술병이 든 박스나 잡동사니들이 가득 쌓여 있을 터였다. 화재 시 안전을 위해 비상구를 확보하고 적치물을 금지한다는 법령이 벌금을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아도, 언제나 그렇듯 미래의 재난은 현재의 공간 부족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출입구가 하나뿐인 가게를 감시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어디일까. 운 좋게도 리오 미스티코 맞은편에는 철거 직전의 3층 건물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바리케이드 외에는 그 무엇도 나의 침입을 저지하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 리오 미스티코의 입구가 보이는 창가에 섰다.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사각형을 만들어 구도를 잡았다. 완벽했다. 내일 이 자리에 서서 셔터만 누르면, 이번 달 사무실 월세와 한 달간 나를 달래줄 보드카를 살 걱정은 접어도 될 것이다. 이것이 올 한 해,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 동안 내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다음 날 23시 43분, 리오 미스티코 맞은편 건물 2층에서 운명의 시간이 나를 찾아왔다. 의뢰인이 타깃이 나올 것이라 예고한 23시 45분까지는 단 2분밖에 남지 않았다. 적어도 시계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계가 45분에 가까워질수록 내 안의 어떤 존재가 나를 향해, 조용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어릴 때부터 있던 일이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을, 나는 **‘그림자가 고개를 치켜든다’**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림자는 입도 없이 나에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요구했다.
쉬운 일이라며? 그런데 왜 그 자식은 300달러나 준 거지? 그것도 일을 마치기도 전에 선불로?
그 점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경찰에 있을 당시 가장 먼저 배운 진리 중 하나는, 세상에 간단하고 쉬운데 돈까지 많이 주는 일은 예외 없이 범죄에 발을 걸치고 있거나 범죄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탐정이 된 후에도 그 진리는 유효했다. 다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늘 별개의 문제였다. 37시간 전의 내가 책상 위 300달러를 집어 들며 잠시 망설였을 뿐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던 건, 그 진리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시계 분침이 45분을 가리켰다. 그러자 마치 의뢰인이 무선 리모컨으로 조종하기라도 하는 듯 가게의 문이 열리며 길 위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이제 피사체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셔터만 누르면 된다. 펜탁스 카메라의 플래시 헤드에는 이미 필름통 바닥을 붙여두어 빛 노출을 최소화했고, 비 오는 날의 이 정도 거리라면 셔터음이 들릴 리도 없었다. 잠복근무 때 익힌 기술들이었다. 당시 사무실 비품이었으나 잃어버렸다고 보고한 뒤 내 물건이 된 펜탁스 카메라와 촬영 기술은, 그때 내 곁을 지키던 다른 모든 것들과 달리 여전히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적막을 깨고 두 번의 총성이 울렸다. 피사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빗물이 고인 바닥의 그림자 위로 고꾸라졌다. 의심의 여지없는 총소리였다. 타이어 펑크 소리도, 아이의 풍선이 터지는 소리도 아닌 명확한 두 발의 총성.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반사적이었다. 나는 즉시 창문 아래로 몸을 숙였다. 피사체는 가게 밖으로 채 나오지도 못한 채 고꾸라졌다. 지금 고개를 내밀어 사진을 찍는다 한들, 운이 좋아야 피사체의 뒤통수가 납작한지 정도나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만약 운이 나쁘다면, 누군가 내 의사와 상관없이 큰 소리와 함께 작은 납덩이를 ‘선물’로 보내려 할 것이다. 그런 선물은 사절이다. 13년간 딱 두 번 총에 맞아봤지만, 납덩이가 몸을 파고드는 감각과 그 후에 반드시 맞아야 하는 파상풍 주사의 기억은 이혼보다 조금 덜 아픈 정도의 쓰라림이었다. 나는 세 번째 반짝임을 보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했다.
카메라를 가방에 쑤셔 넣고 달리기 시작했다. 살아야 했다. 더 살아봤자 별 볼 일 없는 인생이겠지만, 그래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다리는 이미 전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건물에 들어설 때마다 비상구를 확인해 두는 습관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비상계단은 2층 중앙 복도 끝과 연결되어 있었다. 깨질 유리조차 남지 않은 창문으로 몸을 던지듯 빠져나오는 순간, 등 뒤에서 미세한 반짝임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뒤에서 번쩍인 빛 때문에 내 앞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보고 빛의 존재를 인식했다.
분명 무언가 번쩍였다. 다행히 총구의 화염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분명한 반짝임은 있었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비상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와중에도 의문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상한 도넛을 팔았다고 빵집 주인을 살인미수로 고소하던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린 날처럼, 찐득찐득한 불쾌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침내 1층에 닿아 큰길로 도달하기 직전, 나는 그 빛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것은 카메라 플래시였다. 누군가 내가 비상계단으로 탈출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그렇다. 내가 피사체였다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완벽한, 범죄 현장과 연결된 피사체.
이날 내리기 시작한 비는 지금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비극은 뒷골목을 적시는 빗줄기, 두 번의 반짝임, 그리고 뒤이은 단 한 번의 섬광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