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만들어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서부에서 만나다

매그니피센트 7 (2016)

by 나이트 아울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94462#1093451>


지난달 개봉했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혹평을 면치 못한 작품이었지만 7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면서 DC가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사태를 막아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일만 남은 마블과 달리 DC가 여전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다음 작품도 운 좋게 혹평 속에서 흥행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안톤 후쿠아 감독의 2016년 작 '매그니피센트 7'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 한 존 스터지 감독의 1960년 작 '황야의 7인'의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장르도 다르고, 배경도 다른 이 작품은 의외로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세 가지 공통되는 부분이 있는데


첫째, 익숙한 캐릭터와 배경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둘째, 그다지 선량하지 않은 인물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한다
셋째, 전반부에는 캐릭터들이 뭉치는 과정을, 후반부에는 이들이 함께 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하지만 비슷한 배경과 서사구조를 지녔음에도 두 작품의 완성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격차가 있는데,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는 매그니피센트 7이 걸작이어서가 아니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완성도가 정말 극악스러울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94462#1095240>


이 작품만 따로 평가하자면 매그니피센트 7에도 단점은 존재합니다. 가장 중요한 7인의 인물들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함께 하면서 별다른 갈등도 없이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이가 되는 부분이 아쉽기도 하고, 7인 중에 리더인 샘 치좀(덴젤 워싱턴)과 굿나잇 로비쇼(에단 호크) 외에 인물은 배경과 역할에 비해 제대로 묘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흑인과 동양인, 인디언 캐릭터를 등장시켰지만 그 부분을 이용하여 원작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지 않고 그저 배경처럼 활용되었다는 점을 보면, 캐릭터의 인종을 원작과 다르게 한 것이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이들은 인종과 무관하게 별다른 갈등 없이 하나가 되어서 문제를 해결해내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니까요.


그럼에도 매그니피센트 7은 서부극이라는 장르 영화로서 재미와 명배우들의 연기력에서 비롯되는 몰입감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오락영화가 되었습니다. 익숙한 이야기에서 오는 지루함과 서사적인 빈틈은 덴젤 워싱턴, 애단 호크, 빈센트 도노프리오, 이병헌 등이 가진 연기력으로 적절히 메워지고, 중반부와 후반부의 대규모 총격전은 서부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재미로 화면을 가득 채우니까요. 특히 6인의 총잡이와 인디언 전사가 22명의 악당을 해치우는 장면은 배경음악의 흐름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다가 어느 순간 폭발시키는데 그 지점까지의 연출과 이후의 총격전은 탄성을 내지를 만큼 좋았습니다. 이와는 달리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얼렁뚱땅 결합한 악당들이 밋밋한 액션을 펼치면서 그 공백을 사연팔이가 대신했습니다. DC 세계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명사수 데드샷의 실력을 서부영화의 총잡이만도 느낄 수 없었던 이유가 예산 부족도, 식상한 내용도, 캐릭터의 부재도 아니라는 점은 이 작품을 보면 더욱 명확해지고요.


매그니피센트 7의 성공은 영리한 방법으로 빈틈과 약점을 보완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언뜻 보면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난 몇 년간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제작된 많은 리메이크 작품들이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면, 숟가락을 얹는 행위는 생각 외로 어려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아마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속편까지 제작될 것입니다. 거기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고민스럽다면 매그니피센트 7을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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