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트 (2008)
몇 년 전, 활발한 활동을 하던 어떤 연예인에게 학력 위조 의혹이 제기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학력을 의심하던 사람들은 여러 증거들을 통해 해당 연예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본인이 직접 여러 반박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사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 후 기나긴 법정다툼 끝에 학력 위조 의혹은 허위임이 밝혀졌지만 해당 연예인과 그의 가족들은 온갖 모욕을 당하고 본인은 오랜 시간 활동을 중단해야만 했고요.
결국은 상처만 남기고 끝난 사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의심하는 사람들이 가진 어떤 확신이었습니다. 해당 연예인의 입장 표명과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것들을 부정했고, 더욱 강하게 조작과 위조라고 주장했으니까요.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근간에는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존 패트릭 셰인리 감독의 2008년 작 '다우트'도 의심이라는 감정 자체의 속성과 어떤 확신에서 시작된 '의심'이 의심하는 입장과 당하는 입장을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지를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냈습니다.
우선 다우트는 의심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사건의 내용보다는 의심이라는 감정 그 자체에 대해 고찰하고 있습니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알로이시스 수녀는 같은 성당에 근무하는 플린 신부(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어떤 행동을 보고 그가 부정한 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품게 되는데, 결국 그녀의 의심은 처음에 본 사건과 무관하게 확신에서 시작된 것처럼 보입니다. 학력이 가진 엄청난 무게감과 부러움의 시선이 끝도 없는 의심의 발단이 된 것처럼요.
영화는 의심이 시작되는 원인을 합리적인 근거나 단서와 무관하게 애초에 의심하는 사람이 가진 어떤 부분을 의심받는 사람이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는 식사 장면이나 대화 장면을 통해 두 사람이 무척이나 다른 성격의 소유자임을 보여주고 알로이시스 수녀가 플린 신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면서 의심이 시작이 마음 바깥이 아니라 의심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비롯된 것처럼 표현하는데, 이런 갈등의 중심에는 메릴 스트립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라는 할리우드 최상의 배우들이 있습니다. 대단한 연출이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이 작품에서 두 배우가 마주치는 장면은 대화 장면에서조차 그 자체로 불꽃이 튀고 벼락이 치는 것 같이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습니다. 자신의 현재의 지위뿐만 아니라 가치관이나 신념의 기반까지 걸고 타협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두 입장이 대립하는 모습을 극단까지 보여준 감독의 능력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요.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 순간에 그 모든 대립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임을 알로이시스 수녀의 눈물로 드러냅니다. 확신에 차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상대방과 대적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이 가진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그녀의 눈물은 더욱 쓸쓸하고 확신에 찼던 모습과 대조되면서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확신하기 위해 필요 것은 아주 작은 마음의 흔들림뿐이지만 그것을 저버리는 일은 태풍이 와도 부족하고, 어떤 때에는 그마저도 너무 늦게 깨닫는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포함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