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임 (2011)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준수한 외모에 주변 사람과도 잘 어울리고 사회적으로 성공도 거두었지만 이 남자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는데, 바로 타인과의 정서적인 교감을 얻지 못한 결핍을 성적 쾌락으로 달래는 행동입니다. 스티븐 맥퀸 감독의 2011년 작 셰임은 쾌락에 탐닉하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면서도 그것마저 없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리고 더 자극적인 쾌락을 찾아 헤매는 브랜든(마이클 패스벤더)의 황폐한 내면을 쓸쓸하게 그려냅니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입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내면이 비어있는 남자의 상태를 아무런 동작 없이 표정만으로 그려냈는데, 그 장면 하나만 봐도 감독이 패스벤더를 '금세기 최고의 배우'라고 칭한 것이 결코 지나치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고 짙은 쓸쓸함이 남습니다. 그리고 자칫 자극적인 행위의 나열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공허함과 쾌락의 양 극단에서 어쩔 줄 모르는 브랜든의 마음까지 처절하게 그려낸 감독의 능력도 뜨거운 감정을 다룬 최근의 영화들과는 다른 면에서 인상적이었고요.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은 모두 결핍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방황하면서 채워지는 순간에는 쾌락을, 그 이후에는 허무함에서 오는 고통을 겪어야만 합니다. 때문에 결핍은 즐거움을 얻기 위한 조건으로서 반드시 필요하고 쾌락과 고통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것 같은 아슬아슬함 역시 삶이 계속되는 한 피할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브랜든처럼 극한의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조차 자기혐오와 마주하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겠지만, 그런 부분까지도 삶에서 때어 놓을 수 없는 어둡고 질척 질척한 부분이겠죠.
결국 셰임은 ‘계속됨’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비록 허무함과 고통스러움, 자신의 모습에 질색하며 혐오하는 일들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아무런 희망도 담겨있지 않은 건조하고 슬픈 이야기지만요. 그 와중에 결핍을 만들어내고 해소하기 위한 질주도 계속되겠지만 아주 다행스럽게 언젠가 끝은 찾아옵니다. 찾아오는 순간이 원하는 때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영원히 고통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비루한 삶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작은 위안으로 간직해두는 것도 괜찮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