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9 : 디어 헌터(A Deer Hunter)

by 나이트 아울

눈은 길 건너 내 사무실 건물을 향해 있었지만, 초점은 반쯤 흐려두었다. 장기간 감시를 하는데 24시간 눈에 힘을 주고 있으면 그건 망하는 길이다. 항상 그렇지만 잘하려고 애를 쓸수록 모든 일은 더 망하게 된다는 진리가 문득 형사 시절, 팀 선배들과 주말 사냥을 떠났던 **데스 플레인즈 주립 어류 및 야생동물 구역(Des Plaines State Fish and Wildlife Area)**에서의 기억이 빗물처럼 밀려왔다. 5,000 에이커가 넘는 광활한 대지에 모여 앉아, 사냥은 뒷전인 채 싸구려 위스키를 들이키며 시시한 농담이나 주고받던 자리였지만, 한 선배가 툭 던진 말만큼은 이정표처럼 뇌리에 박혀 있다.


“사냥감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지 마라. 놈들도 시선의 무게를 느끼거든. 사냥감도, 여자도, 그렇게 기를 쓰고 쳐다보면 다 도망가는 법이야.

다행히 지금은 그 진리를 잘 깨닫고 있다. 내가 현명해서거 아니라 이제까지 놓쳐왔던 그 많은 실패의 대가라는 사실이 비참하지만 그것도 현실이다. 사무실은 3층, 입구는 정문과 비상계단뿐이다. 만약 놈들이 프로라면, 지금쯤 건너편 건물의 어느 창문 뒤에서 먼지가 낀 망원경 렌즈를 닦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빗물로 뒤덮인 검은색 세단 안에서 시들해진 담배를 태우며 지루함이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거나.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감시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돈가방을 들이밀고 며칠만 쓰겠다고 하는 것은 낭민적일 수 있어도 누가 봐도 자신이 수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그래서 급하게 감시를 시작할 때는 보통 차에서 죽치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 감시를 시키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좁은 운전석과 일체가 되는 고통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시를 할 때 가장 큰 적은 고통이나 지루함이나 익숙해짐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 없이 오로지 홀로 남겨진, 그 절대적인 고립의 시간을 견뎌내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정적 속에서 어떤 풍경을 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홀로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늘 **‘후회’**라는 늪으로 가라앉는 지독한 습관이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이지 최악이다.


특히 그 후회의 파도가 배우자였던 그녀의 얼굴을 불러오는 순간, 이성은 마비된다. 내 인생에서 그 이상의 사랑은 다시는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던, 그런 여자였다. 그 확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이 없다. 나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다거나 성녀처럼 착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평범한 사람이었고, 나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어주는 친절한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속절없이 반해버렸다. 쉰 살을 바라보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왜 그랬는지는 끝내 알지 못한다. 그저 이유도 모른 채 1년을 미친 듯이 쫓아다녔고, 마침내 행복을 꿈꾸며 결혼식장에 들어섰다. 그 걸음이 평생을 따라다닐 이 지독한 후회의 시작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로 말이다.


이 지긋지긋한 후회에서 도망치려 술독에 빠져 지내보기도 하고, 마약의 환각 속에 몸을 던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쾌락은 언제나 더 거대한 감정의 해일로 돌아와 나를 덮쳤을 뿐, 그 어디에도 구원은 없었다. 결국 유일한 탈출구는 비릿한 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그래야만 한다.


시선의 균열.. 그걸 찾아야 하는데..


현실로 돌아온 나는 놈들이 느낄 그 '지루함'을 사냥하기로 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아무리 훈련받은 자라도 8시간에서 12시간씩 이어지는 잠복근무의 끝자락에는 반드시 빈틈이 생긴다. 신문을 뒤적이거나, 라디오 채널을 돌리거나, 혹은 쏟아지는 졸음을 쫓기 위해 고개를 젖히는 그 찰나의 순간이 반드시 존재한다.


또한, 인간의 시선에는 **'방향'**이 있다. 길을 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지만, 그 시선의 흐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창녀가 빗속을 걸어갈 때, 혹은 애스턴 마틴 라곤다(Aston Martin Lagonda) 같은 15만 달러짜리 명차가 코너를 돌며 나타날 때 시선이 어디로 쏠리는지를 보라.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둔다.


누군가를 감시하는 자는 그냥 걷는 것처럼 보여도 시선의 끝이 행인들과는 다른 궤적을 그린다. 그들의 시선에서 일반인과는 다른 **'균열'**을 발견하는 것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 균열을 찾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머릿속으로는 사무실 내부를 그렸다. 책상 맨 아래 서랍의 이중 바닥에 숨겨둔 눅눅한 현금 뭉치들. 그리고 맨 윗 서랍, 아버지가 유산처럼 남겨주신 콜트 1911 권총. 그 묵직한 철제의 감촉이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간절했다. 아버지는 말수가 적었지만, 이 권총을 건넬 때만큼은 그 어떤 웅변가보다 강렬한 신뢰를 내게 보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말보다 폭력이 더 신속하고 확실하다는 것,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였다.


나는 다시 한번 혼잣말을 내뱉으며 테이블 위의 왼손을 꽉 쥐었다. 주름진 손등 위로 핏줄이 곤두섰다. 미움과 후회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적어도 오늘 이 빗속에서 비참하게 사냥당해 끌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문득 과거 사냥터에서 날아오는 총에 맞고도 피를 흘리며 도망가던 사슴의 모습이 마음속을 스쳐갔다. 동료들은 명중시켰다는 기쁨에 환호했지만, 나는 필연적인 죽음 앞에서도 살기 위해 애쓰던 그 짐승의 모습에서 짙은 그림자를 보았다. 지금 내가 그 사슴의 자리에 서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그 순간, 내 눈에 균열이 포착되었다


사무실 대각선 방향에 주차된 낡은 크라이슬러 한 대. 처음에는 그저 흔한 동네 풍경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시동이 걸린 채 빗물에 젖어 있던 그 차의 와이퍼가 아주 짧게 움직였을 때, 운전석 남자의 시선이 내 사무실을 향하고 있다는 감각이 온몸의 신경을 타고 번졌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의 아주 잠깐 스쳤던 짜증스러움과 피곤함이 겹친 그 표정은 잠복근무를 할 때마다 거울 속에 비취던 내 모습 그 자체였기에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던 것이다.


나는 다른 모든 풍경을 지워버리고 오직 그 차만을 응시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운전석 창문이 아주 잠깐 열렸고, 남자는 고개를 들어 밖을 보더니 내 사무실 방향을 슬쩍 훑고는 다시 창문을 올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시선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아마 저 남자는 교대 시간을 갈망하는 조직의 말단이거나, 지루함에 지친 사냥개일 것이다. 놈은 자신이 역으로 사냥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다음 근무자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식어버린 커피를 마지막으로 들이켰다. 쓴맛이 혀끝을 지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정신을 맑게 깨웠다. 이제 내가 움직일 차례였다. 새벽과 아침 사이, 가장 깊은 어둠이 리버데일을 집어삼키는 그 틈을 노려야 한다. 그 틈만이 내가 총에 맞은 사슴과 다른 운명을 맞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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