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에어 (2009)
불경기가 일상이 된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안정'입니다. 이는 당장 실업자가 되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다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스스로가 급격한 삶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인데, 어떤 경우는 안정을 깨는 어떤 사건이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안정을 지속하려는 행위 그 자체에서 오기도 합니다.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의 2009년 작 인디에어의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처럼요.
라이언 빙햄은 일 년에 300일 이상 비행기를 타고 미국 전체를 돌아다니며 사업주를 대신해서 해고 통보를 합니다. 그는 항공사와 호텔의 매뉴얼화된 친절과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가벼운 관계, 그리고 익숙한 동기부여 강연자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매뉴얼화된 생활과 익숙함이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며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 주었으니까요. 하지만 화상으로 해고 통보를 대신하는 시스템 도입을 주장하는 나탈리(안나 켄드릭)와 함께 여행을 다니게 되고 ,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알렉스(베라 파미가)와 더 깊은 관계를 생각하게 되면서 그의 삶에는 균열이 발생합니다.
빙햄은 본인이 지향하는 안정적인 삶을 위해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생활을 해 왔는데, 이는 그가 여행을 다닐 때는 짐을 챙기는 순간부터 비행기에 탈 때까지의 모습과 동기부여 강연 내용에 명확히 드러납니다. 그런데 정작 영화 속에서 그는 안정적인 삶을 위한 본인의 원칙과 정반대로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첫째, 고용자가 해야 할 해고 통보를 대신하는 행위는 그가 강연과 실제 삶에서도 추구했던 다른 사람과 감정적으로 덜 부딪치는 삶과 달리 해고당하는 사람과는 매번 감정적인 상태로 마주하는 게 했습니다. 그리고 아예 감정적 공유가 개입할 여지가 적은 화상 해고는 그의 삶의 방식과 더 부합하고 애초에 해고 통보를 대행해주는 방식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비인간적이고 온당하지 않은 해고 방식이라는 이유로 극렬하게 거부감을 드러내며 나탈리와 대립하게 만듭니다.
둘째, 알렉스와의 만남은 결혼의 불필요함에 대한 확신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알렉스에게 마음이 기울면서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여러 행동을 통해 안정성인 삶의 모습을 깨버립니다. 때문에 영화의 말미에 빙햄은 안정을 추구하는 행위에서 안정이 아닌 변화를 만들어내고 삶의 방식 자체가 흔들리는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아무리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노력해도 결국은 삶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안정을 깨는 변화의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고 그 와중에 익숙한 삶이 기다리는 게이트로 들어설지 아니면 빙햄처럼 아주 잠깐 손을 놓고 공항 전광판에 있는 목적지 중에 다른 곳으로 갈지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물론 그가 해고당하는 사람들에게 기계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런 변화와 선택의 순간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법으로 오지는 않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