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고 단순한 것을 통해 만들어 낸 액션의 세계

존 윅 (2014)

by 나이트 아울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88256#991675>


얼마 전 재개봉한 워쇼스키 형제(그때는)의 1999년 작 매트릭스는 여전히 독보적인 스타일과 압도적인 영상미를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봐도 낡은 구석이 별로 없는 이 작품에 유독 눈에 띄는 아이템이 바로 커다란 휴대폰입니다. 그 당시에는 최신의 모델이었겠지만 그 사이에 휴대폰의 크기나 형태, 기능은 상전벽해라고 해도 될 만큼 달라졌는데 사람 얼굴 정도 크기의 휴대폰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니 웃음이 나왔으니까요.


매트릭스는 최첨단 기술이 바탕이 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정작 매트릭스에 내부로 접속했을 때는 그보다 훨씬 이전의 기술인 무술이나 총을 이용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물론 매트릭스의 세계관에 따르면 합리적 설명은 가능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워쇼스키 형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액션이 SF적인 기술을 활용한 장면이 아니라 고전적인 방식의 싸움에 첨단 기술을 결합한 장면이었기 때문이겠죠. 이런 시도는 무척이나 훌륭하게 영화에 녹아들어서 지금도 모피어스와 네오가 펼친 대련 장면이나 로비에서의 총격전의 박진감은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88256#988197?


2014년 개봉한 채드 스타헬스키와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존 윅'은 매트릭스와 마찬가지로 최첨단과 구식의 조화가 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한쪽에서는 최첨단 전자 제품인 아이폰을 사용하지만 조직의 보스와 그의 하수인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회전식 다이얼 전화기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건의 발단이 되는 존 윅의 자동차는 포드사에서 나온 클래식 자동차에서 닷지사의 최신형 자동차로 바뀌게 되니까요.


인물들이 사용하는 무기 역시 1935년부터 제작된 브라우닝 권총부터 값비싼 커스텀을 거친 현대식 권총까지 제각각이고, 산탄이나 소총 역시 최신형 제품이거나 현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들입니다. 정확한 시대를 말하지 않는 존 윅에서 이런 아이템들은 영화 속 세계가 우리가 사는 곳과 겹치면서도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을 만들어 냈고, 그런 이질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작품 속에서 주된 무대로 등장하는 컨티넨탈 호텔 같은 장소조차 다소 만화 같은 설정이었음에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존 윅을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액션 장면일 것입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근접 격투 스타일과 총을 이용한 액션을 결합시킨 통칭 '건푸'를 이용한 액션신은 매트릭스가 그랬듯 몇 년이 지나서 봐도 낡은 느낌을 받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그럼에도 인물들이 사용하는 전화기나 총기 같은 사소한 도구들을 통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점은 이 작품이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배우와 막대한 제작비, 거대한 액션 신으로만 승부하려고 하는 요즘 대세와 다른 방향에서 재미를 선사했고, 거기다 곧 속편이 개봉할 예정인 점에서 저에게 존 윅은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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