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과 사진 사이에 방점 찍기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by 나이트 아울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72864#894533>


한국 액션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강재규 감독의 1999년작 ‘쉬리’는 그동안의 액션 영화들과 달리 실제 총기를 영화용으로 개조한 프롭 건(Prop Gun)을 소품을 활용하였습니다. 언뜻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많은 영화들이 비슷한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사소한 디테일에 의해 완성도가 좌우되는 것처럼, 쉬리 역시 사실적인 소도구를 이용했기 때문에 '총을 쏜다'는 단순한 행동에서 그간의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진감과 사실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쉬리 이후에 나온 한국 액션 블록버스터들에서 보여준 총격전 장면 중 상당수는 영화 전체의 톤과 어울리지 않아 액션 장면만 붕 떠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광화문에서 촬영한 총격전으로 많은 화재를 모았던 드라마 아이리스조차 장면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광화문이라는 공간에서 인물들이 따로 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요. 하지만 이런 이질감 없이 그간의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총기 액션을 보여준 작품이 장준환 감독의 2013년작 '화이'입니다.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72864#906011>


화이는 한 소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참혹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년은 범죄자들의 어두운 세계와 한국 사회에서 어른들이 가진 비틀린 모습과 폭력적인 상황에 접하며 변해가는데, 그중에서도 후반부에 펼쳐지는 버려진 공장 내에서의 총격전과 난투극은 기존에 보았던 한국 영화의 총격전의 아쉬움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의 쾌감과 순도 높은 격렬함을 선사했습니다.


이런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총기 자체를 부각하지 않고 액션 과정에서 보여주는 하나의 소품으로만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한국 영화들은 주인공이 멋진 자세로 총을 들고 쏘는 장면 자체를 보여주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전체 액션 장면을 그려내는 데는 소홀했는데, 아이리스 역시 액션의 양 자체는 적지 않았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총'이라든 도구가 광화문이라는 공간과 녹아들지 않으면서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화이에서 총은 오직 액션을 만들어내는 도구일 뿐입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쉬리가 그간의 영화들과 다른 소품을 쓰면서 좋은 액션 장면을 남겼던 것처럼, 화이 역시 이 같은 선택을 통해 멋진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영화들과 차별점을 가지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한때 한국을 휩쓸었던 홍콩 누아르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을 보면서 뜨거워졌던 시절이 있었고 여전히 그 작품들을 사랑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홍콩 누아르가 어느 시점을 지나면서 지나치게 총격전 자체를 '보여주기'에 집착했고 결국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나빠졌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 잔재가 한국 액션 영화에도 남아서 많은 작품들이 액션 장면이 아니라 폼 잡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던 것이겠죠. 영화는 여러 요소들이 결합하여 완성되는 활동 사진이지만 방점은 사진이 아니라 '활동'에 찍히는 것이 정답입니다. 아무리 멋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도 그 장면 하나를 위해 내적인 흐름을 깬다면 그것이야 말로 소탐대실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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