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2016)
2016년에 개봉하는 영화들, 특히 한국 영화를 돌아보자면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많았던 해였습니다. 그중에는 곡성과 같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흥행한 작품도 있었고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들'같이 작은 규모의 영화임에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사랑을 받은 작품도 있었고요. 그리고 마블과 DC의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네편이나 개봉한 것까지 감안하면 저에게 2016년은 그 어느 때 보다 영화가 풍성했던 시기로 남을 듯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해의 마지막에 감상한 로그 원: 스타워스 스토리는 화룡점정으로 2016년을 마무리 하기에는 아쉬움이 큰 작품이었습니다.
우선 이 작품의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기 전에 먼저 말씀드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 로그원의 볼거리를 무척이나 풍성해서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우주선끼리 펼치는 공중전과 시가전, 그리고 해변에서의 대규모 전투 장면까지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녹여서 만들어낸 액션 장면들은 그 자체로 무척이나 완성도가 높아서 그것만 감상하기로 결심하고 극장을 찾아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둘째, 스타워즈 시리즈의 내용을 대략적이라도 모르는 분이라면 앞에서 언급한 볼거리가 등장하는 장면 외에는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당장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포스'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조차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을 텐데 정작 영화를 다 보고나도 포스가 어떤 것인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으니까요. 그런 설명들을 줄이고자 제다이를 등장시키지 않고 이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비중은 줄이면서 새로 등장한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은 언뜻 좋은 선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디스트로이어와 스톰 트루퍼, 그리고 데스 스타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로그원을 봤을 때 느끼는 재미의 차이는 도저히 비슷할 수 없을만큼 로그 원은 이전에 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그늘 아래 있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캐릭터들의 매력입니다. 어려운 임무를 위해 힘을 모으는 인물들은 모두 사람이라기보다는 판 위에 놓인 장기짝에 가깝게 느껴지고, 견자단이나 포레스트 휘테커, 메즈 미켈슨 같은 명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 역시 소모품처럼 기능적으로만 사용되었고요. 심지어 주인공인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가 가진 아버지 갈렌(메즈 미켈슨)과의 갈등도 아주 짧게만 다뤄지고 그 후에 그녀의 역할은 액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런 캐릭터의 흐릿함은 이미 결말 이 정해진 이야기 자체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로그 원을 '단 하나'를 제외하고 볼거리 이외에는 몰입할 부분이 없는 작품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단 하나의 몰입할 부분은 바로 다스 베이더입니다. 등장하는 시간을 다 합쳐도 5분이 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존재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모든 인물들을 압도하는데, 이런 압도적인 캐릭터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다른 인물들의 미미한 존재감을 더욱 안 좋은 쪽으로 부각하여 버립니다. 아무리 다스 베이더가 영화 사상 손에 꼽히는 악역으로 자리매김한 존재였다고 해도 그가 등장하지 않은 나머지 시간 동안 분명 다른인물들의 했던 일들이 있을 텐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에 기억나는 인물은 오직 다스 베이더 밖에 없을 정도니까요.
국내에서 로그 원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모르는 분들이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저라면 이 작품을 스타워즈를 보지 않은 분에게 추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1977년부터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세계가 워낙 크고 방대해서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그 세계의 그림자에서 벗어날만한 매력을 가진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34분이라는 짧지 않은 전체 상영시간이 단 5분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에서 로그 원은 40년 가까이 된 검은 망토와 된 마스크 너머의 숨소리에 눌려버린 아쉬운 출발처럼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