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최선이라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신뢰의 가치

컨택트 (2016)

by 나이트 아울
e8f6a227620b8ef8e961a0dbeafdbf07078361c7.jpg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05570#1152451>


드뇌 빌뇌브 감독의 2016년 작 컨택트는 액션 블록버스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건조하고 차분한 영화입니다. 어느 날 찾아온 외계의 비행체와 접촉하게 된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와 이안(제레미 레너) 박사에게 주어진 임무가 전투기를 타고 외계인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왜 당신들은 지구에 왔습니까?"라는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내기 위해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잃지 않는데 그것은 영화가 확신과 신뢰의 갈림길에 놓인 인류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한편에는 어떤 확신에 찬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외계인이 지구에 온 목적을 알고 싶어서 루이스와 이안을 부른 것처럼 보이지만 내심에는 이미 외계인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확신의 근거에는 과거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저질렀던 학살의 역사가 이번엔 전 지구적으로 외계인에 의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반대편에서 외계인에게 먼저 신뢰를 보인 루이스가 있는데, 그녀 역시 외계인에 대한 두려움은 가지고 있지만 신뢰의 부재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판단 끝에 유리벽을 밖에 있던 외계인과 방호복 없이 마주함으로써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이후에도 루이스는 외계인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심지어 국가 간에도 외계인에 대해 얻은 정보를 공유하기를 거절함으로써 외계인과 인류가 모두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홀로 외계인과 접촉하고, 강대국의 선제적인 무력 행사를 막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인류 절멸이라는 참극을 막기 위해 노력합니다.




bbfd295b1f749339a01160b23a0fcb7dd43e58f3.jpg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05570#1122671>


컨택트는 SF라는 장르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의 근본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상대방에 대해 미리 재단하고 존재 자체를 위협으로 보면서 대화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주 밖보다 지구 안에 더 많이 자리 잡고 있을 테니까요.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 사회만 살펴보더라도 자신들의 기준에 부합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경제적 생존권을 박탈함으로써 사회에서 퇴출시키려는 집단이 있었고, 존재 자체가 부도덕하고 잠재적 범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여 정의의 이름으로 매도하고 적대시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두 집단의 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그들은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고 공존이 불가능한 이유가 자신이 배척하는 집단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어떤면에서는 외계인과의 전쟁을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사람과 자신들이 적대시하는 집단과의 공존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폭력과 거짓말을 일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전제 아래서는 말이죠. 하지만 70억이 넘는 인간들이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들 모두를 단 하나의 기준으로 위협이라고 인식하는 태도는 결코 이성적이지도 않고 그들의 안전에 기여하지도 못합니다. 실제로 인터넷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리가 벌어지고 있고, 지금의 인류가 중력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존재와 전쟁을 벌였을 때 어떤 결과가 야기될지는 분명하니까요.


많은 사람들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군사력이 안전을 보장해주는 유용한 도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런 믿음의 끝에 우리는 지구를 몇 번이고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를 산더미처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벼랑 끝에서 힘겨루기를 벌이는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결국 세상이 이토록 위태로워진 것은 바깥에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든 자신을 해칠만한 대상에게 언제든 칼끝을 휘두들 준비를 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일 것입니다. 저에게 컨택트는 조금이라도 안전한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위협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허황된 낙관주의자처럼 보일 수도 있어도 루이스처럼 신뢰의 가치를 실천하는 단 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우화처럼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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