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데드(1981)
한국영화는 지난 몇 년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지만 유독 하락하고 있는 장르가 '공포'입니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필두로 90년대와 2000년대 중반까지는 꾸준히 제작되었던 국산 공포영화는 최근 몇 년간은 여름 시즌에 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관객과 멀어졌는데, 그런 하락세를 그대로 반영한 듯 올해 개봉했던 무서운 이야기 3: 화성에서 온 소녀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한국에서는 공포영화가 신인 감독들이 입봉작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쩌면 양적이나 질적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샘 레이미 감독의 1981년작 이블데드는 그의 입봉작이자 공포영화임에도 지금까지 회자되는 B급 공포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스파이더맨 시리즈 같은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블데드는 '1981년에 제작된 저예산 B급 공포영화'라는 한계를 벗어나면 무척이나 조악하게 보입니다.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게 없을 만큼 단순한 전개에 요즘처럼 CG와 실사를 구분하기 어려운 영화들에 익숙해진 요즘 관객들이 보기엔 정말 유치하다고 밖에 없는 장면들이 대거 등장하니까요. 아마 걸작이라는 평가 때문에 뒤늦게 본 사람이라면 척 봐도 알 수 있는 가짜 피와 어설픈 분장 때문에 보는 내내 헛웃음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블데드를 지금까지 공포영화의 걸작으로 살아있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카메라의 사용입니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제대로 된 특수효과도 쓰기 어려웠고 그마저도 영화의 후반부에 몰아서 나오기 때문에 초반부에서 관객에게 공포감을 주는 방법은 카메라의 움직임에 많이 의존했는데, 특히 카메라를 사람의 무릎 아래에서 낮게 잡고 인물을 쫒아가도록 움직이는 장면들은 악령의 모습을 생략하면서 불필요한 특수효과를 배제하고 긴장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였습니다.
둘째, 소리의 활용입니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시작되는 불길한 음악과 무언가의 시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나는 소리는 영화 내내 보는 관객에게 한 번도 제대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악령의 원형을 느끼게 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배경음악과 타격음, 그리고 악령의 소리를 적절히 섞어가며 변주한 것도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
공포영화는 이미 확고한 장르의 공식들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와 감독의 역량이 제대로 결합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저 그런 작품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때문에 곧 제작될 여고괴담 시리즈의 프리퀄이 5편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 시리즈의 부활이 될지 아니면 공동묘지가 될지는 결국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뭐 요즘 같은 살벌한 세상 속에 있는 학교를 어떻게 보여주든 무섭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