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음만큼 중요한, 그 실현 방식에 대하여

스파이 브리지(2015)

by 나이트 아울
<출처 : http://www.eonline.com/ca/news/707275/bridges-of-spies-review-roundup-did-critics-like-steven>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5년작 스파이 브릿지는 냉전시대라는 소련과 미국의 극한 대립의 시기에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만 보면 첩보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첩보전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영화는 첩보원들이 아닌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영시간의 대부분은 제임스 본드의 액션도, 아름다운 미녀 첩보원의 모습도 아닌 인물 간의 대화를 듣는 것으로 보내게 되고요.


그런데도 작품은 시종일관 힘을 잃지 않는데, 이는 감독이 인물의 가진 무게감을 아주 짧은 순간의 대화 장면에서 이끌어 냈기 때문입니다. 많은 액션 영화들이 격렬한 장면과 쉴 새 없이 부서지는 무언가를 보여주지만 그건 상당 부분 액션을 하는 배우의 힘이 아닌 그 힘을 받는 상대방이나 물건의 반응을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에 힘은 간접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배우가 하는 말의 힘은 상당 부분 그 자체가 힘을 가지고 관객에게 직접 전달됩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영화의 두 주인공인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 변호사와 소련의 첩보원인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의 연기력이 워낙 출중하기도 했고요.(실제로 마크 라이런스는 이 작품으로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출처 : https://thane62.wordpress.com/2016/04/16/bridge-of-spies/ >


하지만 무엇보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지금도 힘을 가지는 이유는 작품의 중심에 있는 메시지가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국익이라는 미명하에 법으로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자국민을 손쉽게 저버리면서도 애국만을 강조하는 행태는 1950년대 소련과 미국의 모습만은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 '국가'라는 집단은 목숨을 걸고 국가를 위해 위험한 일의 최전선에 나간 사람들이 고문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으며 버텨냈지만 최소한의 신뢰와 존중도 보내지 않습니다.


그런 시대를 살아냈음에도 제임스 도노반은 '옳은 뜻을 실천하기 위해 옳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굽히지 않고 삶에서 실현했습니다. 애국자가 아니라는 비난과 국익에 반한다는 비난이 그와 가족들을 괴롭혔지만 어려운 시대일수록 정말 중요한 것은 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옳고 그름을 놓지 않는 태도를 지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하고요. 그 옳음의 방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실제로 소련의 스파이인 루돌프 아벨과 미국의 변호사인 제임스 도노반의 옮음은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둘은 자신의 옮음을 실천하기 위해 결코 외부의 유혹과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는 혹은 옳다고 생각되는 사안일수록 절차적 합리성과 그것을 실현하면서 부수적으로 입는 피해에 대해서는 무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사안과 옳음의 무게 그 자체가 아닌 그 사안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것이야 말로 1950년대는 물론 지금도 정말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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