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Problem is not Size

더 프레데터 (2018)

by 나이트 아울
5440a80a69386c446a94fe31eb145054688e31ad.jpg <출처 :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07354#1261013>


존 맥티어넌 감독의 1987년 작 프레데터는 개성 넘치는 외계인 프레데터와 백두산도 뽑아 던질 듯한 근육을 자랑하던 전성기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사이에 벌어지는 처절한 사투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런데 정작 프레데터가 제대로 등장하는 시점은 영화의 중반 이후이고 두 존재가 벌이는 사투는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짧은 단 한 번의 결투로 마무리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시작부터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이어지던 불길한 느낌이 프레데터라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재앙으로 다가오면서 펼쳐지는 파국을 잘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1987년작이 제작비 대비 3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덕분에 프레데터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속편과 외전까지 합쳐 총 5편의 속편이 제작되었는데 조금씩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은 재미와 흥행 모두 1편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람 가죽을 벗겨서 매달아 놓은 영화 속의 한 장면보다 참혹할 만큼 낮은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움 속에 제작된 또 다른 프레데터의 속편이 셰인 블랙 감독의 2018년 작 '더 프레데터'입니다.


더 프레데터는 단독 작품으로 봐도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어떨 때는 소모적으로 또 다른 순간에는 만능열쇠처럼 사용되면서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트리고, 작품의 중심을 잡아야 할 프레데터는 사냥꾼의 영리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막무가내처럼 행동하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이전의 속편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이야기의 크기에 집착한 나머지 이야기의 밀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d0760443336b6198e99161cc04d92f09db413253.jpg <출처 :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07354#1262214>


1987년 작품에서 주인공을 포함해서 일곱 명의 특수부대 대원과 한 명의 포로, 총 여덟 명이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적지 않은 주연배우가 있음에도 이야기의 밀도가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사냥하는 자와 사냥당하는 자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서사를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냄으로써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제작된 속편들은 모두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기보다는 이야기의 양적 확장에 집중하면서 공간을 대도시나 다른 거대한 행성으로 바꾸거나 등장하는 프레데터의 숫자를 늘렸고, 그 과정에서 이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던 원동력인 '사냥하는 자와 사냥당하는 자의 대립'이라는 서사가 흐려졌습니다. 주인공들과 프레데터 모두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바쁘고 싸워야 할 상대는 여러 명인 데다가 여차하면 도망갈 곳도 있으니 그들의 싸움은 자꾸 5판 3 승제처럼 보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블록버스터의 속편들은 전편보다 큰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1986년 작 에일리언 2는 전편보다 더 큰 이야기를 그려내면서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겠지만, 어떤 작품들은 이야기의 크기에 집중한 나머지 그 큰 이야기의 디테일을 챙기는 일에는 소홀히 했기 때문에 실패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커다란 풍선을 만들어도 그 속에 차 있는 것이 공기뿐이라면 크기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작고 단단한 조약돌보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저에게 더 프레데터는 한번 손에 잡았다가 영화 상영이 끝나는 순간 하늘로 날려 보낸 커다란 풍선으로 기억될 듯싶네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늑대가 사냥꾼으로 바뀐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