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무서운 공포영화'라는 성취

더 보이 (2019)

by 나이트 아울
영화 죠스의 가장 나쁜 점은 이후에 만들어진 모든 상어를 다룬 공포영화가 죠스의 그림자 안에서 맴돌게 했다는 것이다

<언제가 스쳐가며 봤던 어떤 영화 잡지에서>



d2ece8c5d9fc4d18b11faeb176635cbe1558626314905.jpg <출처 :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27462#1313018>


매년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지만 그 작품들의 간략한 내용만 보면 분명 작년에, 아니면 재작년에 봤던 작품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일종의 원형(原型) 같은 이야기는 신화나 전설의 형태로 아주 오래전부터 분명히 전해져 왔으니 그런 소재들이 변주되어 지속적으로 영화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십 대 청소년이 초능력을 가지게 되고 그 능력 때문에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


이 한 줄로 정리한 문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중 최고봉에 놓인 작품은 1976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입니다. 그 당시에도 회자되었던 참혹한 장면들은 지금 봐도 전혀 낡은 느낌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고. 무엇보다 한 소녀가 가진 내면의 어둠과 두려움이 폭발하는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압도적이었으니까요.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캐리의 뒤를 이었지만 그 어느 작품도 캐리만큼의 강렬함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4792bb5712e94cbea3b031c3dab204881556590280228.jpg <출처 :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27462#1308496>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감독의 2019년 작 '더 보이'는 캐리의 형제자매 같은 작품인데, 15세 관람가라는 등급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는 잔혹하면서도 진지하고, 공포영화로서의 면모도 충실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라는 아주 단순한 기술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공포심을 유발하면서도 좋은 연출력과 결합해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볼 수 있었고요.


더 보이 역시 그간 제작되었던 영화들처럼 캐리의 아성을 넘기는 어려운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내면의 심적 변화보다는 잔혹함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언뜻 보면 사람만 죽이고 다니는 슬래셔 영화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마피아를 다룬 영화들이 대부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평가절하될 이유가 없듯이, 더 보이는 한 편의 공포영화로써는 충분히 훌륭한 성취를 이룬 작품입니다. "공포영화는 무섭고, 코미디 영화는 웃기고, 멜로 영화는 감동일 것"이라는 기대가 너무나도 쉽게 좌절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무서운 공포영화' 한편은 그 자체로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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