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e Fine Thing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D-17)

by 나이트 아울


담당 교수의 예상대로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되자 40퍼센트가 넘는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무엇이든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뭉그적대는 학생들만이 강의실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언제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문제를 개선할 의욕도 없고, 방법도 알지 못하는 나 같은 학생들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P.85>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허무함과 패배감 말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멈춰야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 여러 갈래의 갈림길 앞에서 고민하던 중 생각의 파도에 휩쓸려 가게 된 길은 산뜻한 새 출발처럼 보였습니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에서 이전까지 전혀 해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들뜸 때문에 길 앞에 놓인 커다랗고 검은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지만요.


산뜻한 새 출발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타인의 시간과 기회를 착취하는 구렁텅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한 달이면 충분했습니다. 구렁텅이를 판 사람들은 안에 빠진 사람들에게 헛된 기대와 희망을 불어넣고 그 자리에서 머물게 하는 자체에서 이익을 얻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사업 방식에 너무나 자신이 있던 것인지 속이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으면서 타인의 인생을 착취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뒤, 구렁텅이 바깥에 따스한 햇살은 없었지만 지난 몇 달간 끊임없이 괴롭혔던 비참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걷고 있는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구렁텅이 안에서 시간이 되면 떨어지는 밥풀이나 주워 먹으며 지내던 시절을 그리워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그런 처참함 심정이 오는 순간을 피하기 위해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다짐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으로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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