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워터(2016)
올해도 어김없이 극장에서는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개봉한 부산행은 명량만큼 빠른 속도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고, 인천상륙작전도 150억 원이라는 대자본 투입과 리암 니슨의 출연이라는 사실을 홍보하며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8월에 개봉 예정인 터널과 덕혜옹주까지 극장에 걸리고 나면 흔히 말하는 빅 4 배급사(CJ, 롯데, 쇼박스, NEW)의 경쟁은 절정에 이를 듯 싶네요. 하지만 이런 거대 배급사들의 고래싸움에 가려진, 규모는 작지만 착실한 성취를 이룬 작품이 바로 블레이크 라이블리 주연의 언더워터입니다.
영화는 어느 해변가에서 벌어지는 상어와 인간의 사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소재와 예고편만 봤을 때는 별다른 흥미를 끌만한 작품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앞에서 언급한 블록버스터들과 정 반대에서 아주 제한된 인원과 배경, 소품으로 정말 놀라울 정도의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 단독으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열연이 있었고 둘째, 영화의 주제의식을 상어의 습격이라는 소재와 잘 결부시켰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주요 악역인 상어는 영화의 초중반에는 간접적으로만 비추다가 후반에 한 번에 몰아치는데 그 점 역시 영화 전체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좋은 아이디어였고요.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 1이 개봉한 지 무려 41년이 지났음에도 죠스를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죠스 그 자체가 상어를 이용해서 보여줄 수 있는 대부분을 보여줬다는 증거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 후에 나온 상어의 습격을 다룬 작품들은 새로운 연출이 아닌 상어의 크기를 키우거나 숫자를 늘리는 양적 확대에 치중했습니다. 하지만 언더워터는 단 한 명의 사람과 단 한 명의 상어의 사투로 이야기의 규모를 축소시켰음에도 그 속에서 기존 장르의 익숙한 공식들을 충분히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의 주제의식도 잘 표현했습니다. 비록 그 주제가 너무나 익숙하고 많이 봤던 것임에도 장르의 형식과 잘 결합한 모습에서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13년 작품인 그레비티를 떠오르기도 하고요.
얼마 전 개봉한 부산행은 '한국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라는 타이들을 달고 등장했는데 돌이켜보면 상어의 습격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제작된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후에 제작된다면 그 롤모델은 역시 죠스 1편이겠죠. 그러나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듯, 장르 영화의 성공 여부는 롤모델이 되는 작품의 규모를 얼마나 잘 따라 했는지가 아니라 장르 그 자체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뤄냈는지에 의해 판가름 납니다. 비록 언더워터는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능숙하게 다뤄낸 실력만큼은 장르영화의 레퍼런스로 삼아도 좋을 만큼 훌륭한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첨언하자면 저에게는 한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동물로 이렇게까지 해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감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