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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Apr 03. 2021

묘사와 설명

소설과 자기계발서

설명문이나 에세이는 단순한 서술이나 설명으로 써내려 갈 수 있지만, 소설은 아무래도 묘사가 빠지면 싱겁다. 마치 눈 앞의 그림을 그리듯,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똥차게 묘사하는 작가들을 보면 감탄을 금할 길 없다. 


브런치 작가분들 중에도 그런 묘사에 탁월한 분들이 상당하다. 에세이는 진솔한 반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좀 싱거운 맛이 있다. 소설 속의 문장은 인물과 상황의 묘사를 통해서 상징과 암시 등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브런치에 열심히 에세이를 기록 중이지만, 내공이 쌓이면 역시 소설에 한번 도전해 봄직하다. 독자로 하여금 뭔가에 빨려들 듯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도 소설이 더 세다. 하지만 묘사는 역시 어렵다. 에세이지만 정말 섬세하게 표현하시는 분들의 글을 보면 부럽다. 감성의 차원이 나와 다른 건지, 표현력이 탁월한 건지, 독서량이 월등히 많은 건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


어떻게 하면 묘사를 잘할 수 있을까? 우선 묘사가 많은 문장을 많이 읽어야겠지. 연애소설, 추리소설, 웹툰 가리지 않고 신선한 구조와 표현으로 구성된 글, 색다른 감성이 묻어나는 글들 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인상 깊었던 영화의 한 장면을 두고 역으로 내가 원작자라고 생각하고 문장으로 바꿔 보는 것이다.


"그가 이 상 저 상 옮겨 다니며 창부들의 살내음을 탐닉하는 동안 소화는 저고리 깊숙이 감춰두었던 청산가리를 태식의 술잔에 재빠르게 타고는 예의 그 교태스런 눈웃음을 태식을 향해 흘겼다"


"종구가 무명의 말을 내팽개치고 집으로 달려가 부엌문을 연 바로 그 순간, 온갖 살림살이가 피범벅이 되어 사방팔방 어지러이 늘려 있는 현장은 마치 산 제물의 피로 살풀이 굿판을 벌인 지옥의 앞마당 같은 형국이었다."


두 번째 문장은 영화 <곡성>의 마지막 장면 중 하나를 묘사해 본 건데, 촌스럽다. ㅎㅎ


유언장에도 당부의 말만 적기보다는 묘사 몇 줄이 들어가면 더 세련되고 재미날 것 같다.


"흘리다 만 코 같았던 내 인생이여, 화산 같던 태양 앞에서 언제나 졸았던 내 마음이여, 지구 반대편보다 더 깊은 수렁이나 우주 끝보다 더 높은 창공으로 가게 될지 확실치 않으나 나의 유언은 오직 이 한 마디 '밥 무라!'"


역시 촌스럽다. 묘사란 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훌륭한 작곡가가 간단한 리듬, 심플한 화성, 쉬운 멜로디로 명곡을 만들 수 있듯이 글도 당연히 그런 내공의 경지가 있겠지.


아따 그 문장 참말로 오지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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