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새 Mar 22. 2021

너무 똑똑하지 맙시다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우산을 안 들고 나갔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


A : 얼른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우산을 산다.

B :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피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린다.

C : 내리는 비를 무작정 맞는다.


A, B, C 중 가장 현명한 이는 누구일까?


A : 우산을 샀지만, 사고 보니 가진 돈을 전부 써서 집까지 걸어가야 한다.

B : 비가 3시간 동안 그치지 않는다. 게다가 폭우다.

C : 무작정 비를 맞고 걷고 있는데, 누군가 우산을 씌워줘서 그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이런 가정을 해 보았다. 물론 다분히 작위적인 가정이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똑똑한 선택이 손해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연과 운과 복잡한 나비 효과 등이 얽히고설킨 세상에서는 완전한 지혜로운 선택도, 완벽히 어리석은 선택도 없는 듯하다.


완벽히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할지라도 적어도 그 후에 또다시 삶이 지속된다면, 이전의 선택은 완벽히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을 위한 전 단계의 옵션이 됨으로써 그 완벽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오히려 당장의 지혜보다는 유튜버 주언규 님의 책 제목처럼 킵 고잉(Keep Going)이나 드러나지 않는 진심이 일의 성패를 반전시키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일을 그르치는 제일의 원인은 조급함인 것 같다. 열매가 빨리 맺기를 바라는 조급함, 남들보다 항상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함이 야기하는 조바심, 이런 것들이 지혜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우리를 재촉한다. 장기전으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조금 손해를 봐도 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 손해가 결국 손해가 될지, 이득이 될지 알만큼 우리가 그렇게 현명하거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비를 맞을 것인가'이다. 투덜거리고 짜증 내면서 오만상을 찌푸리며 비를 맞고 가는 이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의 감촉을 느끼면서 걷든지, 우산 말고 비를 피할 수 있는 비옷을 연구할 목적으로 걷든지... 비에게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 비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비를 내 몸을 적시고, 나를 춥게 만드는 존재로만 생각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사고 아닌가. 비(환경)라는 상황 속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든지, 비 자체를 도모하는 자세.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 속에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이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의 매일매일을 지겹게 반복되는 하루로 여길 것인지, 날마다 새로운 하루로 여길 것인지도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그 선택에 따라 매일매일의 행동이 달라질 것이며, 그 행동에 따라 결과(열매)가 달라질 것이다.


몸에 좋은 것과 입에 단 것이 다르듯이 우리는 본능적으로 부정적이고 무기력하고 게으른 생각을 한다. 마치 가만히 두면 음식이 부패하고 먼지가 앉는 격이다. 그래서 독서나 명상이나 운동이나 기타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런 썩은 생각, 먼지 같은 생각을 털어내고 날마다 새로움을 입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정말 한 시간 정도 비 맞는 일이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작곡하는 내가 그 정도 비를 맞는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의 감촉과 소리가 작곡의 어떤 신선한 영감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여러분에게 비는 무엇이고, 영감은 무엇인가요?

작가의 이전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망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