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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y 06. 2021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알았다니까요. 알았다고요.

최근에 잘 나가는 저자가 쓴 경제서를 읽었다. 한국 경제를 진단한 책이었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해서 정말이지 중간에 접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경제와 마케팅에 문외한인 나라서 조금이라도 배울 게 있겠지 하는 마음에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다.


저자가 경제엔 얼마나 박식한지 모르겠지만 글은 정말 아니었다. 글쓰기의 아마추어인 나도 역시나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지만, 이 책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했다. '그래요. 그만하면 알아들었거든요. 당신 주장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독자를 아주 바보로 아는 건 아니겠죠?'


아버지도 젊었을 때 술에 취하면 했던 말을 반복했다. 지금의 손위 친척 한분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나 손위 친척이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걸 듣는 일은 고역이었다. 뻔한 레퍼토리가 반복된다. 답도 없는 문제를 혼자서 되뇐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어쩔까요? 어차피 혼자 말씀하시잖아요.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결론은 혼자 벌써 내렸고...'


아내가 했던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건 그나마 귀엽다. 소심한 아내가 자기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 그러는 모습을 아이들은 귀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우리도 여전히 글에서, 생활에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한다. 다들 나보다 멍청하지 않은데. 나 정도는 다 생각하고, 나 이상으로 생각할 텐데. 그래도 여전히 못 미더워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한다.


웬만하면 그냥 열린 결말로 두자. 굳이 꼭 결론을 내려고 왜 그리 애쓰시나? 새벽 4시에 일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혁신을 해야 한다고?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본받아야 한다고?




 '네네~ 잘 알겠습니다.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결말은 좀 열린 체로 두시죠. 저도 어느 정도는 제 인생을 제 맘대로 살아봐야죠. 세상도 어느 정도는 지멋대로 굴러가지 않습니까. 너무 그러시면 숨이 막힐 것 같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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