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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y 09. 2021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쓴다

나를 알고 정리하고 생각을 넓히는 시간

요즘 경제서를 읽고 있다. 거창한 경제서가 아니라 가난을 탈출할 수 있고 마케팅을 배울 수 있는 류의 책들. 오전 알바가 내 생활과 꿈을 향한 도전에 제법 부담을 주므로 알바를 안 하고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한동안 도서관에서 계속 책을 빌려 읽었는데 최대 대여 권수 4권, 2주 후 반납이라는 제한 사항이 상당히 불편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전자책으로만 읽고 있다.


종이책이 현실(물질)의 느낌이라면 전자책은 가상(비물질)의 느낌을 준다. 접촉이 없으니 허상 같다. 나는 커다란 모니터 앞, 키보드 밑으로 늘 A4 용지 서너 장을 두고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들, 중요한 것들, 책에서 언급되는 책들, 인물들을 적곤 했다. A4 용지는 낱장이고 두께가 얇아 가볍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보관 없이 재활용 박스로 직행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오늘부터 약간 두꺼워 쓰기가 불편하지만 노트에 적기로 했다.



- 유튜브


내 유튜브 채널이 망했다. 구독자 100명에서 요지부동이다. 유튜브 역시 경제적 자유를 위해 삽질하고 있는 영역 중 하나다. 물론 말하는 걸 좋아하고 이걸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AI가 띄워주는 추천 동영상들을 쭉 살펴본다. 조회수 100만이 넘어가는 것들은 주로 재미, 호기심 혹은 타인의 불행에 관련된 콘텐츠들이다.


재미, 호기심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어른들도 눈밭에서 눈싸움하며 행복해한다. 물에 들어가면 물장난 치며 즐거워한다. 타인의 불행에 관심을 갖는 것은 위로 때문이다. '저렇게 잘난 사람도 힘든 시절이 있었구나', '나보다 훨씬 힘든 상황인데 희망을 갖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다. 유명 강사 김미경의 자기계발 관련 영상보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라는 영상이 조회수가 월등한 이유다.



- 클래스 101 작곡 강의


쭉 구독해 온 서기준 작곡가가 클래스 101에 곧 강의를 오픈한다. 곡을 만들고 데모를 보내고 앨범을 발매하면서 계속 한계를 느껴왔기에 유료지만 들어야 한다. 뻔한 초급자용이 아니라 실전 강의라 하니 기대를 하고 있다. 그것 말고도 나 자신도 강의를 통해 수익을 얻고 싶기에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강의를 하고 전자책을 만들어 판매하는지 틈틈이 살펴보고 연구해야 한다. 클래스 101 외에도 크몽, 탈잉, 숨고, 프립, 솜씨당 등이 있다고 한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고 살펴볼 것들은 정말 많다.



- 전원주


<백만장자 시크릿>을 읽고 있는데, 자린고비 이야기가 나왔다. 전원주 님이 생각났다. 놀랍게도 주식 투자로 고수익을 올렸다. <짱아줌마 전원주의 딱 열흘만에 졸업하는 코스닥학교>란 책을 무려 2000년에 쓰셨다. <영원한 이등인생은 없다>도 제목을 잘 지었네. 전원주 님처럼 살고 싶진 않지만 역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니 언젠가 이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yes24도 좋지만 우선 전통이 있는 교보문고에서 해당 카테고리 베스트셀러를 살펴본다. '경제'는 어려운 느

낌이라 '돈, 심리, 주린이'란 키워드가 들어간 제목이 끌린다.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돈의 속성>, <돈의 심리학> 등을 목록에 넣어둔다. 돈도 결국 자유를 위해 갈구하는 것이라 <프리워커스>란 제목도 구미를 당긴다.



- 독서


끝이 없다. 아직 양이 많지 않아서인지 이만하면 어느 정도는 됐다는 감이 전혀 안 온다. 독서만으로는 외롭다. 사람의 목소리와 물체들이 부딪히는 소리, 책으로 전할 수 없는 디테일들이 느끼고 싶을 때는 영화를 본다. 영화도 결국 가짜 화면이므로 실물을 보고 싶을 때는 산이나 강으로 가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자기계발서들은 너무 딱딱하다. 끝이 없는 '해야 한다, 해야 한다...' 자기계발서 저자들이 소설과 만화를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 의식의 흐름


이전에 공무원 공부할 때 A4지 가운데 부분부터 필기를 한 적이 있다. 왼쪽 상단부터 하지 않고 가운데부터 적기 시작하는 건 사방에 여백을 두고 시작하는 거라 상상력 발휘에 좋았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상상력이든, 관련 인물이나 사건이나 지명이든, 끝말잇기든 뭐든지 좋았다. 생각의 하이퍼링크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역사 공부와 영어 단어 공부를 같이 해봤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 마트 봉지에 들어있는 음악감상용 스피커


들을 공간이 없어서 보관만 하고 있는 중가의 음감용 스피커가 마트 봉지 속에 잠자고 있다. 비닐에 'TOP MART'라고 쓰여 있다. 그걸 보며 나는 마트도 떠올리고 스피커도 떠올린다.  예쁘지만 사악한 여자를 보면 사악함을 생각할까, 예쁜 걸 생각할까? 둘 다 생각한다. 사악하기 때문에 예쁜 걸 포기하고 관계를 끊는 사람도 있지만, 예쁘기 때문에 사악한 걸 감내하는 어리석은 인간들도 의외로 많다. 잘생겨서 여자관계가 문란한 남자를 끊지 못하는 여자들도 많다. 요즘 보니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데, 말과 글만 예쁜 사기꾼한테 넘어가는 남자들도 많다. 그 남자나 여자의 정체는 TOP MART 봉지가 아닌데 말이다.




강물이 흘러가야 자연스럽듯이 우리의 의식도 흘러가야 한다. 정해진 시간과 규율로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 않은지 자주 돌아보자. 의식의 흐름을 따라 써보는 것은 나를 알고 정리하고 생각을 넓히는 시간이다. 가능성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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