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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y 21. 2021

왜 써야 하는가

뇌가 삶을 인지하는 강도가 다르다

교회에 가면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선물로 주시는 하나님'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날마다 새로운 하루라니... 날마다 지겨운 하루지' 허무주의에 빠졌던 10대 때는 이런 말들이 위선과 가식으로 느껴졌다.


정말로 어떤 사람들은 날마다 새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걸까? 이런 의문이 늘 있었다. 날마다 똑같은 일상이 대부분인데, 그런 가운데 날마다 새로움이라... 마법이나 비법이 있는 걸까? 쉽지 않아 보인다.


역시나 표면적으로 돌아가는 형국은 '날마다 지겨운 하루'가 맞다. 나는 오늘도 똑같은 일터에서 생활비라는 똑같은 목적으로 똑같이 지겨운 일을 4시간 동안 하고 왔다. 똑같은 책상 위의 똑같은 모니터를 통해서 글을 쓰고 책도 보고 음악도 듣는다. 똑같이 어수선한 부엌에서 설거지도 해야 하고, 비슷한 반찬으로 저녁 식사도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지겹다는 선입견을 갖고 매일을 살면 삶은 정말 지겨운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요즘 브런치에 부지런히 쓴다. 외적인 보상은 딱히 없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구독자가 1000명을 넘으면 네이버페이를 지불하는데, 브런치는 그런 보상도 없다. 그렇다고 조회수가 높거나 라이킷을 많이 받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도 부지런히 쓴다.


써서 생각이나 느낌, 무의식 등을 물질(활자)로 남기는 것은 흐릿한 객체를 선명한 주체로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만약 당신의 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정말 유치할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 오늘 퇴근길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바닥이 너무 더러웠다(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일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 곧 잊어버린다) - 한번 기록을 해보라. 하루 동안의 당신 삶이 새롭게 비칠 것이다. 어느 지점(분야, 행동, 시간, 장소 등)에서 당신이 행복을 느끼는지, 무엇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즉 쓴다는 행위는 지겨운 하루를 새로운 하루로 변화시킬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 현재 독서와 글쓰기는 2순위다. 음악이 1순위다. 그런데도 왜 나는 쓰는데 계속 시간을 할애할까? 음악만 배우고 만들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말이다. 그건 글쓰기가 음악생활의 진도와 발전을 정립시켜 주기 때문이다. 


매일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겠노라고 결심한다. 그런데 다른 일로 오늘 연습을 못했다. 이런 사소한 사건(?)을 글로 남기지 않으면 흐릿하게 지나간다.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겠지만, '내일 하면 되지 뭐' 하면서 희미한 의식 속에서 슬그머니 넘어간다. 그런데, '오늘 연습을 단 30분도 못했다. 원인이 뭘까? 시간이 정말 없었던 걸까? 치기가 싫었던 걸까?' 혹은 '30분씩 연습해서 어느 세월에 그럴듯하게 치나? 한심한 마음이 들어 안쳤다' 이런 식으로 글로 남기면 나의 포지션이 명확해진다. 


무의식 속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단계는 글을 통해 나타난 내면의 나와 타협을 시도하는 것이다. 내면의 내가 하는 이야기를 무시하면 안 된다. '소심한 놈, 쪼잔한 놈, 그걸 변명이라고' 이래선 안된다. 어느 책에 '하면 된다'가 언어폭력적인 요소가 있다던데, 그런 말로 강압해서도 안된다. 어린 자녀의 친구 관계를 상담하듯 조심스럽게, 기가 꺾이지 않게 나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 


신이 천지를 창조하셨듯이 글 쓰는 행위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라 생각해 보자. 무의식이나 생각, 느낌을 활자로 남기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맞다.




천지창조의 마지막 날.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세기 1:31) 


우리가 씀으로써 삶의 형체를 구체화하고, 나아갈 길을 밝히는 것은 결국 우리 삶을 스스로 보기에 좋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점점 삶이 좋아 보이는, 그런 새로움으로 나아가기 위해 - 머무르면 지겨움으로 퇴보한다 - 당신과 나는 '씀'이라는 위대한 창조 행위를 놓지 말고,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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